옛 미군기지가 영상 클러스터로 … 춘천 '韓 VFX 산업 허브' 새 도약

춘천 도시재생혁신지구 구상안. 옛 캠프페이지 일부 용지에 시민공원과 첨단영상산업 클러스터, 대형 복합스튜디오,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춘천시

강원도 춘천이 '대한민국 시각특수효과(VFX) 산업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의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을 통해 기업 유치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업계 대표 기업이 대거 참여한 산·학·관 협의체까지 공식 출범하면서 산업 집적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 춘천을 중심으로 한 첨단 영상·콘텐츠 산업 생태계 구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월 춘천 옛 캠프페이지 일대가 도시재생혁신지구로 최종 지정됐다. 도시재생혁신지구는 국가가 직접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으로, 쇠퇴한 도심 공간에 산업·상업·주거·복지 기능을 집약해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이 주도해 토지 이용과 인프라를 통합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투자와 기업 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징적 사업으로 꼽힌다. 춘천시는 옛 캠프페이지 용지에 시민공원과 첨단영상산업 클러스터, 대형 복합스튜디오,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 문화 공간을 넘어 영상 제작·후반 작업·비즈니스가 결합된 산업형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첨단영상산업 클러스터의 핵심 축으로 VFX 산업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VFX는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구현이 어려운 장면을 화면 속에 구현하는 기법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광고, 게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등 전방위 콘텐츠 산업에서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VFX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5조원 수준으로,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의 경쟁력 역시 고도화된 VFX 기술이 뒷받침했다. 춘천시는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 용지를 국내 VFX 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제작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춘천이 가진 산업적 토양도 주목된다. 춘천은 1997년부터 애니메이션을 특화 산업으로 육성해온 도시로, 이른바 '시각화 산업의 DNA'를 축적해왔다. 애니메이션과 VFX는 기술적 기반과 인력 구조가 맞닿아 있어 기존 산업 경험은 VFX 산업 안착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약 150편에 달하는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되며 영상 촬영의 주요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이 한 도시 안에서 연계될 수 있는 지리적·산업적 이점을 갖춘 셈이다.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산·학·관 협의체도 꾸려졌다. 춘천시와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 지역 대학이 참여한 협의체는 VFX 산업 기반 조성, 전문 인력 양성, 기업 유치 전략 등을 논의하는 협력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무엇보다 국내 VFX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다수 참여하면서 산업적 파급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협의체에는 디지털아이디어, 덱스터스튜디오, M83, 모터헤드, 자이언트스텝,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웨스트월드 등 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이 합류했다.

이들 기업의 참여는 단순한 명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춘천이 촬영지나 문화도시를 넘어 제작·후반·기술·인력 양성이 결합된 VFX 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도시재생혁신지구를 기점으로 춘천이 대한민국 VFX 산업 지형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춘천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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