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포스터. 안다미로 제공 |
“친구와 애인은 택할 수 있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잖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책임감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등 떠밀거나 뭔가를 숨기도록 종용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족 앞에 설때면 비밀이 많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책임감은 사랑이 발현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 나오는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만날 때는 반가웠다가도 같이 있을 땐 빨리 떨어지고 싶은, 책임감을 품은 보통의 가족이다. 영화는 대화와 적막만으로 채워져 첫맛은 밋밋하지만, 극장을 빠져나올 때면 묘하게 따뜻한 기분이 든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연말 연초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는 제목처럼 ‘파더’ ‘마더’ 그리고 ‘시스터 브라더’의 세 챕터로 이뤄져 있다. 각각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한 장면. 배우 아담 드라이버(왼쪽)와 마임 비아릭. 안다미로 제공 |
첫번째 장 ‘파더’는 홀로 사는 아빠(톰 웨이츠)의 집으로 오랜만에 향하는 차량 속 남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생활비 문제로 아빠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누나 에밀리(마임 비아릭)의 말에 남동생 제프(아담 드라이버)는 “아버지 집이 너무 낡은 것 같더라”며 자신이 생활비를 보태고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아빠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매의 눈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 무너져간다는 집은 멋진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잡동사니 뒤에 숨겨진 가구들은 꽤 사치스러워 보인다.
두 번째 장 ‘마더’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완벽한 엄마(샬럿 램플링)의 집을 찾아간 모범생 첫째 딸 티머시(케이트 블란쳇)와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둘째 딸 릴리스(빅키 크리엡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년 한 번 연례행사로 다 같이 만나 차를 마신다는 가족. 영화는 완벽을 추구하는 엄마와 뭔가 허술해 보이는 딸 릴리스의 대화 사이 줄을 타듯 눈치를 보는 티머시의 모습을 비춘다.
마지막 장 ‘시스터 브라더’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쌍둥이 남매가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매는 그들이 남긴 물건을 보며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고 추억한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한 장면. 배우 케이트 블란챗. 안다미로 제공 |
전혀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지만, 가족이라는 주제가 연결된 만큼 감정선은 챕터마다 점점 고조된다. 함께 음료를 나눈다는 상황과 반복되는 농담, 포인트를 준 의상도 유기성을 더한다.
영화는 감독 특유의 정적인 화면으로 느긋하고 심심하게 전개되지만 지루하지만은 않다. 화면은 인물들 사이 흐르는 긴장감이 가득 메우고, 적막마저 제 역할을 해낸다. ‘가족은 서로를 완전히 알수 없다’는 결론으로 달려 나가는 영화는, 구석구석 웃긴 구석을 갖춰 나도 모르게 키득대게 되는 매력이 있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섬세한 음향이다. 찻잔을 부딪치는 소리나 집안을 걸어 다니는 작은 음향도 섬세하게 귀를 건드리고, 장면이 바뀔 때 나오는 음악은 다음 장을 기대케 한다. 청각적 만족이 큰 만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짐 자무쉬 감독은 미국 영화 잡지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세 악장으로 이뤄진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며 “각각의 영화들은 단편이 아닌, 감정적으로 축적되는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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