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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동물들은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지 못한다[에코피디아]

헤럴드경제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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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 eco+사전 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AI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래의 동물원 모습[AI를 사용해 제작]

AI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래의 동물원 모습[AI를 사용해 제작]



동물원은 오랜 기간 인간과 야생동물이 만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기원전부터 동물을 가두어 관람하는 형태의 시설이 존재해 왔으나, 사회적 인식과 환경 여건의 변화에 따라 동물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는 과거와 본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동물원은 동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관리 아래 살아가는 생명의 삶 전반을 책임지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공공적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은 야생동물과 달리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으며, 먹이와 물, 건강 관리, 환경 선택에 이르기까지 생존의 모든 요소를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사육 관리가 중단될 경우 동물은 스스로 먹이를 확보하거나 서식지를 변경할 수 없으며, 이는 동물원이 단순한 관람 시설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운영될 수 없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과거의 동물원은 주로 전시와 오락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었다. 사육 환경과 동물의 행동 특성, 복지 수준에 대한 고려는 제한적이었고, 시설 기준 또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감소와 기후변화,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의 동물원은 멸종위기종 보전, 연구, 교육, 구조·재활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적으로도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원 허가제가 도입·시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동물원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도록 관리 체계가 전환되었다. 허가 기준에는 사육 시설의 적정성, 동물복지 계획 수립, 전문 인력 확보, 안전 관리 체계, 질병 예방 및 대응 체계 등이 포함되며, 이는 동물원 운영을 자율적 선택의 영역에서 벗어나 공적 관리의 영역으로 전환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동물원 허가제의 목적은 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보유 동물의 복지 증진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생명 존중의 가치를 구현하며 야생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특히 동물이 스스로 생존 조건을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육 환경의 질과 관리 수준을 국가가 관리·점검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미래의 동물원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보다 명확한 역할 정립이 요구될 것이다. 전시 개체 수 확대나 관람 중심 운영보다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물의 삶의 질을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동물원은 생태 교육과 공공 인식 제고를 통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환기할 필요가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인간의 선택으로 그 공간에 머물게 된 존재이다. 따라서 그 생존과 복지에 대한 책임 역시 인간 사회에 있다. 야생이 아닌 동물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최소한의 복지 기준을 충족하고 이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일 것이다.

임헌명 국립생태원 홍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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