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문자로 AI 쓴다”... SKT, ‘전 국민 AI 시대’ 연다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SK텔레콤(017670)이 별도의 앱 설치나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도, 평소 쓰던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도 인공지능(AI)을 누리는 ‘모두의 AI’ 청사진을 제시했다. SKT가 공개할 AI 모델 ‘A.X K1’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개변수 5000억개(500B급) 규모를 구현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미국·중국 중심으로 격화된 ‘AI 3강’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 AI 모델의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사진=SKT)

전화·문자에도 AI 사용...디지털 취약계층 아우른다

SKT는 A.X K1을 오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SKT는 전체 모델 크기는 거대하지만, 실제 추론 시에는 약 330억개의 매개변수만 활성화되는 구조로 만들어 보다 가벼운 사양으로 동작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SKT는 A.X K1을 통해 ‘AI 접근성’을 확 낮출 계획이다. SKT는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AI 서비스 ‘에이닷’의 기술력을 A.X K1과 결합해, 전화·문자·웹 등 모든 통신 채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AI 서비스들이 특정 앱을 실행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통화나 문자 메시지 환경에서 AI 에이전트가 즉각 개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문자로 길을 묻거나 전화로 일정을 물으면 AI가 이를 인지해 최적의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복잡한 UI(사용자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A.X K1이 가진 ‘한국어 특화 능력’ 덕분이다. 영어 기반 모델을 번역해 사용하는 기존 AI와 달리, A.X K1은 설계 단계부터 한국의 문화와 문법, 경제적 맥락을 학습했다.

5000억개 매개변수….대한민국 AI 체급을 올린다

기술적으로 A.X K1은 대한민국 AI의 ‘체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5190억 개의 매개변수는 복잡한 수학적 추론과 고난도 코딩은 물론, 사용자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기능의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A.X K1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이메일을 쓰고, 일정을 잡으며, 필요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안한다. 또 70B(700억 개)급 이하의 중소형 모델들에게 지식을 공급하는 ‘교사(Teacher) 모델’로서 국내 AI 생태계의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SKT 단독의 결과물이 아닌, 국내 IT 산업의 정예 멤버들이 뭉친 ‘K-AI 연합군’의 합작품이다. SKT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000660)(메모리), 리벨리온(AI 반도체), 포티투닷(모빌리티), 크래프톤(259960)(게임), 라이너(검색) 등 8개 기관이 협력해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독자 AI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미 SK그룹 내 주요 관계사는 물론 20여 개 공공·민간 기관이 A.X K1 도입을 확정 지었다. SKT 정예팀은 이 모델을 오픈소스로 개방해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초거대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태윤 SK텔레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은 “국내 최초 매개변수 500B급 모델 개발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AI 3강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국가대표 AI 기업으로서 모두의 AI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