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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창조의 계기?…유튜브 저질 AI 영상 ‘슬롭’ 규제 찬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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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카프윙이 인공지능 슬롭 채널로 지목한 한국의 ‘3분 지혜’ 채널에 갑옷을 입은 사람이나 멧돼지가 사자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내용의 비현실적인 내용의 짧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 갈무리

28일 카프윙이 인공지능 슬롭 채널로 지목한 한국의 ‘3분 지혜’ 채널에 갑옷을 입은 사람이나 멧돼지가 사자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내용의 비현실적인 내용의 짧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가 새 가입자에게 보여주는 동영상 중 20%가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저질 인공지능 영상 ‘슬롭’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슬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슬롭이 새로운 창의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보도를 보면,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국가별 상위 100개 유튜브 채널 1만5천개를 조사한 결과 278개 채널이 슬롭만을 송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슬롭 채널들은 합계 조회수 630억회, 구독자수 2억2100만명에 이르고 매년 1억1700만달러(1700억원)를 거둬들였다.



특히 카프윙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을 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보여주는 영상 500개 중 104개가 이 슬롭 채널들의 영상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00개 추천 영상 중 3분의 1은 이른바 ‘뇌썩음’ 영상이었다. 뇌썩음 영상이란 맥락 없이 자극만 주는 영상을 말하는 것으로 올해 유행한 ‘이탈리아 뇌썩음’ 영상이 대표적이다.



슬롭(slob)은 ‘오물’이란 뜻의 영어 단어로, 2022년께부터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저급한 영상을 뜻하는 ‘인공지능 슬롭’이란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백과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지난 15일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선정했다.



앞서 카프윙은 지난달 말 한국을 기반으로 한 상위권 인공지능 슬롭 채널 11개의 합계 조회수가 84억5천만으로, 조회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카프윙은 특히 한국 채널 ‘3분 지혜’가 조회수 20억회에 이르러,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조회수를 보유한 채널로 한해 수익이 약 403만달러(58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채널은 갑옷을 입은 사람이 사자 떼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등 맥락 없는 가상의 인공지능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카프윙 조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인공지능 슬롭 채널인 인도의 ‘반다르 아프나 도스트’(우리 친구 원숭이)에 올라온 영상의 이미지. 이 채널은 의인화된 원숭이와 헐크를 닮은 인도인 남성이 악마와 싸우는 등의 내용의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카프윙 조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인공지능 슬롭 채널인 인도의 ‘반다르 아프나 도스트’(우리 친구 원숭이)에 올라온 영상의 이미지. 이 채널은 의인화된 원숭이와 헐크를 닮은 인도인 남성이 악마와 싸우는 등의 내용의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가디언은 인공지능 슬롭 채널들이 우크라이나, 인도, 케냐, 브라질, 베트남 등 고소득 일자리가 적으면서, 인터넷 연결이 잘 되고, 소셜미디어 규제가 적은 국가들에서 양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채널 ‘반드라 아프나 도스트’는 인도를 기반으로 한 채널로 조회수가 24억회에 이른다. 이 채널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원숭이와 헐크처럼 강한 인도인 남성이 악마와 싸우는 등의 맥락 없는 가상의 영상을 제작한다. 싱가포르의 ‘포우티 프렌치’(삐진 프렌치 불독), 미국의 ‘쿠엔토스 파시난테스’(매혹적인 이야기들) 등은 어린이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영상을 제작해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만들어 냈다.



높은 조회수를 올릴만한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거래하는 등 ‘인공지능 슬롭 생태계’도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염성 높은 콘텐츠 제작 비법을 판매하는 사기꾼들이 득세해, 이들이 영상 제작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상에는 ‘인공지능 생성’ 표기를 의무화하고, 이런 영상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0일 정부도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제 도입 등을 포함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인공지능 슬롭 채널을 겨냥한 것이 아닌 인공지능 허위과장 광고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반면, 고대 로마의 대리석상부터 현대의 ‘키치’와 인공지능 슬롭처럼 평범하거나 저급한 생산물이 새로운 창조의 계기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 시각 예술가 프란체스코 디사는 지난 1일 ‘철학 살롱’에 기고한 ‘인공지능 슬롭이란 개념 자체가 쓰레기’란 글에서 “우리가 ‘인공지능 슬롭’이라고 부르는 것은 새로운 도구가 널리 보급될 때마다 항상 나타나는 과잉 생산물”이라며 “광활한 실패의 들판에서 드물게 걸작이 피어난다”고 밝혔다.



이에 유튜브는 가디언에 “우리는 콘텐츠 제작 방식에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유튜브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콘텐츠는 삭제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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