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43원 빠진 원·달러 환율…연초까지 이어질까

[경제레이더]
1480원대 고착 우려에 외환당국 대응 강화
구두 개입·세제 카드에 환율 큰 폭 하락세
'심리 완화' vs '구조적 한계' 지속성엔 이견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세제 지원, 연기금 환헤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강경한 안정 의지가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상존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5원 내린 1440.3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24일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 이후 하루 만에 약 33.8원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하며 이틀 간 43.3원이나 하락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지난 24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외환당국 시장 관련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강력 의지·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시장에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같은 날 기재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한시적으로 비과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국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더불어 외신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적 환헤지는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대응은 최근 환율이 변동성 문제를 넘어 수준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480.1원에 이어 23일 1483.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2일(1496.5원)과 13일(1483.5원) 이후 약 16년 만이다.

연말 환율 상승은 기업과 금융사들의 재무제표와 내년도 사업계획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제표와 사업계획이 연말 환율 종가를 기준으로 확정되는 만큼 환율 수준이 높아질수록 재무건전성 지표에 부담이 커지고 대출과 투자 여력도 제약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비율 부담이 확대되면서 신용공급 여건이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물가 부담이 점차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연이은 대응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세수 부담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 카드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실제 외환 수급 개선과 함께 그동안 일방적이었던 원화 약세 심리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연말 혹은 연초 국민연금 환헤지가 본격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급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환율 안정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높아진 환율 상·하단에 대한 눈높이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과 고착화나 우리나라 국제수지 구성의 변화, 글로벌 교역 구조 변화 등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구조적인 요인들이 이미 원화 환율의 균형 점을 크게 높여 놓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통화 및 유동성 개편 결과'를 발표한다. 31일 공개되는 '2025년 3분기 중 시장안정조치 내역'에는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집행한 외환 순거래액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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