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경영진이 2021년 3월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뉴욕증권거래소)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진제공=쿠팡 |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이 정부 지시에 따라 정보 유출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정보 유출에 사용된 기기를 회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면서 국문본과 영문본 표현에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27일(이하 미 동부시간) 확인됐다.
국내 성명서에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표현을, 해외 성명서에는 법적인 문제가 해소됐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진 뒤 뉴욕증시에서 20% 가까이 하락했던 쿠팡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 주가는 지난 25일 이 같은 성명서 발표 이후 하루만에 전 거래일 대비 6.45% 상승 마감했다.
쿠팡은 국문 성명에서 "쿠팡의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라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며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이 같은 내용 중 '불필요한 불안감'이라는 표현을 영문 성명에서는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썼다.
쿠팡은 또 "정부 기관과 국회, 그리고 일부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억울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라는 국문 성명 문장에서 '억울한 비판'이라는 문구를 영문 성명에서는 "허위 혐의 제기(falsely accused)"이라고 표현했다.
국문 성명의 표현이 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쿠팡이 느낀 억울한 비판을 묘사했다면 영문 성명에서는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한 국내의 비판 여론이 잘못된 사실 때문이고 허위 혐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법률적 어감이 강한 '혐의 제기(accuse)'라는 단어를 사용해 '허위 혐의'라고 표현한 것은 국내의 여론이 사실과 다른 주장에 근거해 잘못된 책임 추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달 가까이 동안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의식한 표현으로 볼만한 대목이다.
쿠팡이 정부와의 관계를 설명한 대목에서도 국문 성명과 영문 성명의 표현 차이가 확인된다. 쿠팡은 국문 성명에선 "12월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라고, 영문 성명에선 "12월1일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On December 1, 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표현했다.
국문 성명에선 쿠팡이 사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정부와 협조하기로 했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어감이라면 영문 성명에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사를 주도했고 쿠팡은 협조에 따랐다는 인상을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사 결과 유출된 정보가 당초 알려진 3370만건이 아니라 3000건 수준이고 외부에 전송된 데이터도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쿠팡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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