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월 25일 건조 중인 8700톤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SSBN·핵잠) 전체 외관을 처음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한·미 간 핵추진 잠수함(핵잠) 협의에 속도가 붙자 사전에 견제구를 던지는 동시에 자신들이 수중 핵전력까지 갖춘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 경쟁이 격화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북한이 건조 중인 전략핵잠(SSBN)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탑재한 것으로 우리가 개발 중인 핵탄두 탑재를 하지 않는 공격원잠(SSN)과 차별화돼 주목된다.
외관 전체를 공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잠 실전 배치가 우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적인 건조 단계로 봤을 때 핵잠 모듈과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 등이 잠수함 내부에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선 △대형 잠수함 설계 및 건조 능력 △동력기관인 소형 원자로 개발 능력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 능력 등이 필수로 북한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모듈은 원자로·터빈·냉각기관 등 핵잠수함 추진 기관의 중추다.
북한이 공개한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SSBN)’은 한국이 도입하려는 핵추진 잠수함(SSN)과 그 목적과 핵 활용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핵잠 개발 막바지 단계 도달했다는 과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이 공개한 핵잠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전략핵잠(SSBN) 형태를 갖췄다고 추정하고 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배의 형상은 러시아 퇴역 SSBN인 ‘프로젝트 941 아큘라(Acula)’와 흡사하다”며 “선두 전면부에 533㎜ 어뢰발사관 6개가 식별되고 세일(함교)에는 5개의 SLBM 사출구 덮개와 10개의 SLBM 수직발사관 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큘라는 1970년대 초 러시아가 미 해군 주력 SSBN인 로스앤젤레스(SSN-688)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잠수함이다. 주목할 점은 러시아에선 전량 퇴역해 병력 파병과 무기를 지원한 북한에 기술을 이전해 줬을 가능성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흉내내 SSBN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가가 퇴역한 핵잠에서 원자로를 통째로 떼 북한에 넘겨줘 소형 원자로가 공개된 잠수함에 장착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외형 특성상 조립 전 내부에 내용물을 다 집어넣어야 하므로 대외 과시용이 아니라면 엔진이 이미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북한이 공개한 핵잠은 전력화 될 수 있는 위협적 존재일까.
북한 주장이 맞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핵잠 전력화가 가능하지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더미(dummy·모형)’일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전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공개한 핵잠의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8700톤급은 서방세계의 전략핵 잠수함(SSBN)보다는 작고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SSN)보다는 좀 큰 규모”라며 “(공개된 사진은)2년 전 공개한 후 정상 가동이 안되는 ‘김군옥영웅함’과 비슷한 모습으로 대형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도 “SSBN치고는 지나치게 크기가 작은 데다 형상 자체도 기이하고 조잡해 보인다”며 “핵잠 건조에 필요한 북한의 철강 가공 능력이 입증되지 않아 (완성도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공개한 핵잠 모습이 기형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간 제반 기술력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완성도는 보여지는 것보다 현저히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핵잠은 선체와 원자로, 수중운용 안정성, 승조원 숙련 및 정비체계까지 ‘통합 시스템’을 갖춰야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개된 근거만으론 완성 임박 여부나 조기 전력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역시 “건조공정은 멈춰있는 듯한 모습이고 보여주기에 치중한 모습”이라고 했다. 과시성 건조 과정 공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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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선 의구심과 신중론 감지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개하는 것과 실전 배치는 다른 얘기”라며 “기술 구현에 시간이 많은 필요한 만큼 러시아로부터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 받았다고 확증할 수 없어 공개된 핵잠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사일 관련 구조물이 선체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초도함에는 디젤 전기 추진식을 채용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잠 공개는 기만 행태라는 시각이 많지만 핵잠을 실제 전력화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전략핵잠이 실전 배치되면 이른바 ‘2차 타격능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1차 타격 능력은 핵 선제공격의 의미지만, 2차 타격능력은 적의 핵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지상의 핵시설이 무력화해도 수중 잠수함은 생존할 수 있어 즉시 반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무제한 작전 능력을 통해 미국 본토 앞바다까지 잠행이 가능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가 된다.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탐지하기 어려운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해 미 본토에 핵 보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북한의 핵잠이 처음으로 그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한국형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 추진 명분과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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