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유출로 대포통장 개설됐다"...순식간에 천만원 잃은 쿠팡 고객 [조선피싱실록]

쿠팡 정보유출 언급하며 대화 시작
검찰 빙자, 피싱사이트 접속 유도

챗 GPT가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사는 20대 청년 A씨는 이번달 초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 너머 B씨는 본인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관이라고 소개했다. A씨의 신원정보를 줄줄이 읊더니 그의 명의로 대포통장 계좌가 개설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9일 쿠팡이 개인정보가 노출된 고객 계정이 3370만개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지 채 몇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씨는 "최근 쿠팡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냐"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B씨는 쿠팡에서 A씨 계좌가 도박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된 기록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쿠팡에서 대대적인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던 A씨는 아연실색했다. 안 그래도 정보 유출 소식에 불안했는데, 실제로 명의도용이 벌어졌다니 크게 불안해졌다.

B씨는 사건과 관련된 등기를 발송했다며 받지 못했냐고 물었다. A씨는 등기는커녕 관련된 어떤 연락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달 받지 못했다고 답하니 내용만 열람하게 해주겠다며 직접 사건 조회를 해보라고 했다. B씨가 알려준 '나의 사건검색'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이름, 나이,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을 입력하니 실제 있는 사건이었다. 검찰 공문에 은행 거래내역, 구속영장까지 게시돼 있었다.

불안감과 공포감에 순식간에 휩싸인 A씨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다. 쿠팡발 피싱 시나리오에 걸려든 순간이었다.

B씨는 이같은 명의도용 피해자인 경우에는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고 했다. 곧바로 변호사에게 전화가 오더니 '명의도용을 당한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산검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범죄 혐의를 살펴본 뒤 돈은 그대로 돌려주겠다며 계좌에 있는 돈을 전부 보내라고 설명했다.

나중에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에 A씨는 우선 돈을 입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주거래은행 계좌에 있던 300만원과 2금융권 계좌의 800만원 등 본인 계좌에 있는 현금을 모두 이체했다. 하지만 돈을 받고 자산검수를 해보겠다던 변호사는 그대로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A씨는 첫 전화가 온지 세 시간도 되지 않아 1100만원을 잃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 검·경찰, 우체국 등이 '법원등기 반송', '사건 확인' 등의 명목으로 특정 사이트, 링크(URL) 접속이나 앱 설치를 요구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기관 등을 사칭해 전화나 문자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 즉시 전화를 끊어야 한다.

금융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가입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안심차단 서비스 3종 세트'에 가입하면 본인도 모르게 대출·비대면 계좌 개설· 오픈뱅킹이 실행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은행, 저축은행,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우체국 등 영업점이나 은행앱, 또는 어카운트인포를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조선피싱실록]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고도화·다양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을 세세하게 공개합니다. 그들의 방식을 아는 것만으로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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