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테페르티티 왕비 흉상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카이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GEM)’이 문을 열면서, 해외로 유출된 고대 이집트 유물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이집트가 박물관 개관을 기치로 독일을 향해 강력한 반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페르티티(Nefertiti)’라는 이름은 고대 이집트어로 “아름다운 여인이 왔다”는 뜻이다. 그는 기원전 14세기, 고대 이집트 신왕조 시대의 파라오 아멘호텝 4세(아케나톤)의 정실부인으로, 단순한 왕비를 넘어 파라오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렸던 인물이다.
네페르티티는 남편과 함께 수천 년간 이어온 다신교 전통을 깨고 태양신 ‘아톤’만을 섬기는 인류 최초의 일신교 혁명을 주도했다. 당시 유물들을 보면 네페르티티는 다른 왕비들과 달리 파라오와 같은 크기로 묘사되거나, 적을 타격하는 등 왕권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고대 이집트 여성의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면서도 기원전 1330년경 행적이 묘연해진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귀중한 유물이 고향인 이집트가 아닌 독일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있다는 점이다. 흉상의 유출사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고고학자 루트비히 보르하르트는 텔 엘-아르마나 유적지에서 이 흉상을 발굴했다. 당시 이집트를 지배하던 영국 당국은 발굴 유물을 이집트와 발굴팀이 절반씩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보르하르트는 흉상의 뛰어난 가치를 숨기기 위해 프랑스 관리인에게 “석고로 만든 보잘것없는 조각”이라고 속였으며, 유물의 상단에 진흙을 발라 가치를 은폐한 뒤 독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독일 도착 후 10년 동안 이 유물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집트의 유물 환수 영웅으로 불리는 자히 하와스 전 유물부 장관은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나일강을 유린해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과거 유럽 국가들이 ‘이집트의 유물 보관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해왔으나,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대박물관이 완공된 만큼 그런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독일 노이에스 박물관 측은 ‘운송 중 파손 위험’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프리데리케 자이프리트 관장은 “어느 박물관이든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유물 자체가 너무 약해서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WP는 이 흉상이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박물관의 ‘간판’인 만큼, 독일이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