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 가입 명시"

사법 리스크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의 지정 기준에 배상보험 의무 가입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전공의들이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을 개인이 감당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필수의료 인력 공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오늘(27일)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실효성 있는 전공의 배상보험 도입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수련병원의 자율에 맡길 경우 재정 여건이 열악한 병원 전공의들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며,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 가입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응급의료 관련 형사 사건 피고인 28명 가운데 전공의는 9명으로 32.1%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문의 17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로, 교육 단계에 있는 전공의가 형사 책임의 전면에 서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정책이사는 생명을 다루는 과목일수록 형사 고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의 과도한 부담이 전공의 개인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필수의료 과목 기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 8개 과목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배상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정 과목 외 다수 전공의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고, 형사 보호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정책이사는 형사 보호 조치가 없는 배상보험은 핵심이 빠진 제도라며, 형사 특약을 도입하고 전공과목별 위험도를 반영해 배상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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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DK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