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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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창원 LG와 부산 KCC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24년 3월22일이었다.
2023~2024시즌 마지막 맞대결. LG가 101대92로 승리를 거뒀다.
KCC 입장에서는 10연패까지 이어질 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시즌, KCC는 LG에 속절없이 6연패를 당했다. 이해 할 만한 일이었다.
LG의 조직적 힘은 강력했다. 약팀을 상대로는 자비가 없었다. KCC는 내홍이 있었다. 주전들의 줄부상,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도 좋지 않았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 허 훈 최준용 송교창이 돌아가면서 다쳤다. 지난 11월10일 83대61, LG는 22점 차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맞붙은 12월26일 3라운드 맞대결. 2차 연장 혈투를 치렀다. 하지만, 결국 2차 연장에서 LG의 3점슛을 막지 못했다. KCC는 잘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 109대101 패배.
LG전 10전 전패. 자연스럽게 '천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최준용 송교창 장재석 등 KCC가 풀 전력을 갖춘다면, LG를 잡아낼 수 있을까.
이 부분은 플레이오프 경쟁력과 연관이 있다. 현 시점, 두 팀은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과 전력을 지니고 있다.(물론 DB와 SK 정관장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변수가 없다면 플레이오프 혹은 챔프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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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풀 전력이 아니었다
3라운드 경기만 놓고 보면 KCC는 패했지만, 사실상 '이긴' 경기였다. 간판 슈터 허 웅, 그리고 최준용 송교창 장재석이 없었다. 핵심들이 줄부상이었다.
LG 역시 메인 볼 핸들러 양준석이 없었지만, 상무에서 제대한 윤원상이 그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었던 상황.
이 변수를 볼 때 KCC가 대패를 해도 큰 비판을 할 수 없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KCC는 허 훈과 숀 롱의 2대2, 그리고 최진광 윌리엄 나바로, 윤기찬, 김동현이 고군분투했다.
즉, 단순하게만 놓고 보면, KCC가 핵심들이 복귀할 때, LG를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서 KCC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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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풀전력, 정말 업그레이드될까
LG는 매우 안정적이다. 그리고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고 있다.
LG는 양준석 유기상, 타마요, 마레이가 코어다. 코어가 다양하고, 의존도가 심하지 않다. 유기적인 공수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레이는 공수 리바운드에 능하고,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매우 높은 타입의 에이스다. 유기상 역시 강력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시즌 끝까지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LG의 숨은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LG의 조직적 힘도 발전 여지가 있다. 군에서 제대한 양홍석 윤원상 카드가 있다. 그들을 팀에 녹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우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즉, LG는 안정적인 우상향의 전력을 그리고 있는 팀이다.
KCC는 LG와 완전히 반대의 성격이다. 최근 파죽의 연승 행진을 달렸지만, 기복이 심하다. 특히, 최준용 송교창이 들어왔을 때, 전력의 파동은 극심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KCC가 현 시점 강력한 이유는 허 훈과 숀 롱의 코어라는 최대 장점, 그리고 윤기찬 김동현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활동력이 KCC의 수비 아킬레스건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화가 잘 이뤄진다. 하지만, 허 웅, 최준용, 송교창, 장재석이 들어오면 트랜지션은 현 시점보다 확실히 느려진다. 활동력도 장담할 수 없다.
최준용과 송교창은 리그 최고의 윙 자원이고 송교창은 최고의 수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팀 케미스트리로 발현되는 부분은 또 다른 영역이다. 게다가 컨디션이 100%라는 보장도 없다. 잔부상이 많기 때문이다. 즉, KCC가 가장 중요한 순간, 플레이오프에서 LG와 맞닥뜨릴 때 풀전력을 갖춘다는 보장은 없다. 그들이 가세한다고 해도, KCC라는 팀에 강력한 시너지를 준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이 부분이 KCC 입장에서는 가장 변수이자 올 시즌 숙제다.
▶두 팀의 매치업 상성. 관건은 '재능농구'다.
양팀의 복잡한 매치업 상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단 숀 롱은 마레이를 압도하지 못한다. 마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코트 마진으로 따지면 마레이가 좀 더 우위다.
그런데, 가드진과 골밑 파트너를 함께 대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LG는 마레이와 타마요의 파트너십이 절정이다. 지난 시즌 우승 경험으로 더욱 공고하다. 파워와 높이, 그리고 슈팅 능력을 지닌 타마요는 최준용과 송교창도 막기가 쉽지 않은 아시아쿼터다. 여기에 양준석 유기상이 결합된다.
숀 롱은 장재석과 호흡이 괜찮다. 최준용과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서 변수가 등장한다. 허 훈이다.
허 훈과 숀 롱의 2대2는 각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1대1로 막기 힘든 숀 롱은 파워의 부족분을 엄청난 높이로 상쇄한다. 이 높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가드가 허 훈이다. LG의 수비가 아무리 견고해도 두 선수가 위력을 발휘하면 제어가 쉽지 않다. 즉, 양팀의 가장 큰 변수는 허 훈에서 파생된다.
그렇다면 '허 훈 변수'가 어떻게 파생될까.
LG 수비는 다시 말하지만 매우 조직적이다. 상대의 가장 큰 장점을 최대한 제어하는데 효율적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3명의 주전이 없는 상황에서 허 훈 봉쇄가 가장 중요했다. 정인덕 유기상 등이 허 훈을 집중 마크했고, 마레이 역시 숀 롱을 견제하면서 허 훈을 대비했다. 팀 조직적 수비가 허 훈에게 쏠렸고, LG 수비의 갭(수비와 수비수 사이의 거리)은 허 훈의 2대2의 돌파 동선을 막기 위해 디테일하게 조정됐다. 숨 막히는 승부처에서 이같은 수비 능력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실제 연장 1, 2차전에서 허 훈은 터프샷을 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숀 롱을 제외하면 KCC의 공격 루트가 제한되는 효과를 낳았다. 2차 연장 혈투에서 LG가 승리한 핵심 이유다.
이 구조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최소 5차례 최대 7차례 맞붙어야 하는 플레이오프에서 LG가 KCC에 매치업 상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런데, KCC는 허 웅 송교창 최준용이 가세하면 공격 루트는 다변화된다. 즉, 허 훈의 집중견제를 분산시킬 수 있다. LG 입장에서는 허 웅, 송교창, 최준용을 함께 막기 위해서는 좀 더 타이트한 마크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LG가 허 훈에 초점을 맞춘 수비의 갭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허 훈에게 공간이 난다는 의미이고, 허 훈과 숀 롱의 2대2가 더욱 위력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KCC가 장재석을 기용하기는 애매해 진다. 송교창과 최준용이 상대 컨테스트를 넘어서 정확한 3점포를 터뜨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송교창과 최준용의 3점포가 기복이 심할 경우, LG는 '마지막 3점슛은 송교창 혹은 최준용에게 준다'는 기조의 수비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KCC는 수비의 약점과 더불어, LG의 타깃 수비에 혼란이 가중될 확률도 있다.
즉, KCC의 재능농구가 '조직화'되어야 LG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연 KCC가 '천적' LG의 벽을 뚫고 최후에 웃을 수 있을까. 아니면 LG가 KCC라는 거대한 '재능농구'를 분쇄하고 2년 연속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