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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성찰, 리뷰를 넘어 리뉴얼로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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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리더들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교차한다. 하나는 “올해 얼마나 성과를 냈는가”라는 수치의 질문이다. 다른 하나는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가치의 질문이다. 전자는 보고서와 그래프로 명확하게 답할 수 있지만, 후자는 마음속을 맴돌다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대부분의 리더는 첫 번째 질문엔 분명히 답하지만, 또 다른 질문은 다음 일정 속으로 밀어 넣는다. 연말은 바로 이런 미뤄뒀던 질문과 기준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리더십의 격차는 가열찬 연초 계획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진짜 차이는 연말에 무엇을 돌아보고 어떤 기준을 수립했는가에서 드러난다.

은퇴 선언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이 점을 누구보다 오래 실천해온 리더다. 그는 연말에 화려한 결산 발표를 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한 해의 판단을 다시 읽고 결정을 복기했다. 그 성찰을 이듬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으로 정리해 보냈다. 그 편지는 분기별 성과 보고서와는 달리 상세한 내용의 투자 가치 판단과 기준의 성찰을 담았다. 실수와 오류에 대한 고백이 더 많이 등장했다. 버핏에게 연말 리뷰는 끝이 아니라 판단을 재설계하는 준비 기간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연말 성찰의 핵심은 후회를 하거나, 회피하는 데 있지 않다.

후회를 해석해 기준으로 남기는 데 있다. 리뷰를 넘어 리뉴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무엇인가. 연말 성찰을 한 해의 클로징이 아니라 새해의 오프닝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자.

Q1. 한 해를 돌아보면 “다사다난했다” “정말 바빴다”는 말이 떠오른다. 늘 일이 많았고, 열심히 일했고 책임도 무거웠지만 막상 손에 남은 것 없는 허탈감이 든다. 한편으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해 정리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연말 리뷰와 성찰이 리더에게 왜 중요한가?

김 코치: 이 질문은 리더들이 한 해를 회고할 때 많이 품는 질문이다. 막막함 혹은 허탈함 때문에 리더들이 연말 리뷰를 미룬다. 연말 리뷰는 바쁜 한 해의 끝이 아니라, 리더십의 방향을 다시 잡는 조정의 시간이다. 후회가 많다는 사실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그만큼 진지하게 선택해왔다는 신호다.

연말 리뷰는 후회를 성장으로 바꾸는 중요한 의식이다. 연말 리뷰와 성찰의 핵심은 ‘정리, 결산’보다 ‘의미 부여’에 있다. 사람은 경험 그 자체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성장하거나 소진된다. 성찰이 없으면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쉽다. “바빴지만 남는 게 없다”는 느낌은, 실제로 아무것도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얻은 것을 의미 부여하는 과정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리더가 헷갈리는 것이 있다. 바로 후회와 성찰의 차이다. 성찰은 감정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판단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후회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에서 후회를 언어화하고 의미로 전환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삶의 만족도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보였다고 밝힌다. 관건은 후회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외면과 망각이 당장은 편안하다. 그러나 대가를 요구한다. 망각은 패턴을 지우고, 패턴이 지워지면 같은 실수가 다른 얼굴로 반복된다. 성찰 없는 경험은 ‘경험의 자동화’로 이어진다.


성찰은 후회와 망각 사이의 제3의 길이다. 성찰은 아프지만, 상처를 헤집는 행위가 아니라 상처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그때 왜 그렇게 예민했을까”라는 질문은 후회에 머물지만, “그 시기에 나는 무엇을 지키려 했고, 무엇을 두려워했을까”라는 질문은 성찰로 이어진다. 이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후회는 리더십의 자산으로 바뀐다.

Q2. 연말 리뷰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는가. 단순한 복기나 회고가 아니라, 성장과 재충전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알고 싶다.

김 코치: 성과를 내는 리더와 성장하는 리더의 차이는 경험의 양이 아니라 경험을 해석하는 능력에 있다. 효과적인 연말 리뷰에는 세 가지 핵심 스킬이 필요하다. 첫째, 사건 분리 능력이다. 결과와 과정을 섞지 않는 능력이다. 성공한 결과라도 과정이 왜곡되었을 수 있고, 실패한 결과라도 판단은 옳았을 수 있다. 둘째, 감정 명명 능력이다. ‘힘들었다’로 뭉뚱그리는 대신, 좌절, 분노, 회피, 두려움, 자부심처럼 감정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하는 것이다. 감정은 리더십의 그림자이자 신호이기 때문이다. 셋째, 패턴 인식 능력이다. 개별 사건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반복된 장면을 묶어보는 힘이다. 무엇이 일어났고 어떤 결과를 냈느냐를 넘어서 왜 항상 비슷한 방식으로 일이 흘러갔는가, 공통 패턴을 묻고 읽어내는 것이다.

Q3. 구체적인 리뷰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김 코치: 효과적인 프로세스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이런 리뷰 프로세스의 힘은 후회를 차단하는 데 있다. 후회는 사실에서 곧바로 자책으로 넘어갈 때 생긴다. 해석의 단계를 충분히 거치면, 방향이 생긴다.


① 팩트 로그: 먼저 판단 없이 사실을 적는다. 올해 기억에 남는 사건 다섯 개를 적어본다. 성과, 갈등, 결정, 관계의 장면이 섞여도 좋다. 판단 없이 사실만 적는다.

② 의미 해석: 각 사건 아래에 하나의 질문만 붙인다. 왜 나는 그렇게 반응했고, 그런 선택을 했는가. “이 장면(선택)은 나의 어떤 리더십(가치)을 드러냈는가. 결과보다 과정을 돌아보자. 성공한 결과라도 판단은 잘못되었을 수 있고, 실패한 결과라도 판단은 옳았을 수 있다.

③ 원칙 추출: 맹세나 결심 대신 기준을 쓴다. “다음엔 잘해야지”가 아니라 “앞으로 나는 불편해도 이 지점에서는 ○○하지 않는다” “불확실할수록 결정을 미루거나 서두르지 말고 질문 개수를 늘린다”처럼 구체적 행동의 기준을 문장으로 남겨보자. 연말 리뷰는 과거를 정리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리더십을 재설계하는 시간이다.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결심과 계획 그리고 자책의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Q4. 이렇게 정리한 연말 리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 연말에도 이어지며 축적된다면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연말마다 쌓아가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김 코치: 연말 리뷰가 해마다 원점에서 새로 시작되는 이유는, 우리가 성찰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찰을 남기지 않아서다. 많은 리더들이 연말 회고를 하지만, 새해가 시작되면 그 생각들은 금세 사라진다.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관되게 참고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연말 리뷰 이후에는 결심이나 목표 수립보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준을 압축해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길 필요도 없고, 멋있을 필요도 없다. 올해를 돌아보며 반복해서 드러난 나의 판단 방식 하나, 다음 해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기준 하나, 그리고 내년에 한 번은 꼭 실험해보고 싶은 작은 변화 하나. 이 세 줄 문장을 새기는 순간, 연말 리뷰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방향 설정이 된다. 해마다 이 문장들이 쌓이면, 그것은 어느새 나만의, 더 나아가 우리 팀의 리더십 연대기가 된다.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지킬 기준은 무엇인가.

-반복해 나타나는 나의 행동 패턴은 무엇인가.

-이때 시도할 나의 작은 실행지침(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은 써두는 것만으로는 힘을 갖지 못한다. 기준이 살아 있으려면 지속적으로 소환해야 한다. 연말에 세운 3줄 문장을 분기, 내지 반기 단위로라도 다시 꺼내보자. “나는 이 기준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실행에 속도가 붙는다. 선언으로 남아 있던 기준은 작은 실험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절대 연말 리뷰를 자기 비판 목록을 작성하는 시간으로 전락시키지 말자. 자신을 몰아붙이는 고난 타임은 오래갈 수 없다. 대책으로 회고에서 재충전으로 한 발짝 나아가도록 용기를 주는 문장을 한 줄 덧붙여보자. “나는 그 시점에서 최선의 판단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나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연말 리뷰를 처벌이 아니라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바꿔준다. 한 해의 리뷰가 다음 해의 질문이 되고, 그 질문이 다시 기준으로 남을 때, 연말 리뷰는 결산이 아니라 성장의 순환 고리가 된다. 이 축적의 시간이 리더를,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1호 (2026.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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