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종전회담 임박…러, 키이우 대규모 공습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종전안 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드론 공습을 받은 아파트 건물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27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른 오전 키이우 여러 곳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AFP 기자들은 키이우에서 여러 차례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폭발에서는 밝은 섬광이 터져 지평선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에 “수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방공군이 작전 중이다. 대피소에 머물러라”고 긴급 안내했다.

우크라이나 공군도 이날 새벽 전국 단위 공습 경보를 발령했다. 공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도를 포함한 여러 우크라이나 지역 상공에서 드론과 미사일이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28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논의하기 직전 이뤄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안 이견을 상당 부분 좁혔지만 가장 민감한 영토 문제에 관한 견해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군사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최신 종전안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제안은 현재 전선에서 전쟁을 동결하되, 우크라이나가 동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비무장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는 문을 열어두는 내용이다.

종전 협상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영토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군대를 철수하고 돈바스 지역 영토를 할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기를 원한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유럽연합(EU) 지지자들이 미국 중재 종전안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지난 26일 비난했다.

러시아는 성탄절 직전인 지난 23일에도 650대 이상의 드론과 30여발의 미사일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13개 지역에 날려보내는 대규모 공습을 가해 4세 어린이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인 최소 3명이 숨졌다.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이른 아침 드론·미사일 공습으로 크게 파손된 주택이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