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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티라노' 화석 韓 공개…어떻게 살다 죽었나[사이언스 PICK]

뉴시스 윤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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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질박물관, 티라노 보고 120주년 '수' 두개골 복원 모델 공개
티라노 전체 골격 90% 발견된 '수'…치열한 30년 생애도 담겨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화석 척추동물 컬렉션 매니저인 빌 심슨이 2010년 5월12일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수' 화석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2010.05.12.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화석 척추동물 컬렉션 매니저인 빌 심슨이 2010년 5월12일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수' 화석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2010.05.12.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구 생명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포식자로 군림했던 '폭군 도마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rex)가 올해로 학계 보고 1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우리나라에도 역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크고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수(SUE)'가 찾아온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이 티라노사우루스 보고 120주년을 기념해 '수'의 두개골 실물 크기 복원 모델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 것. 고생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로 평가하는 '수'는 과연 어떤 화석일까.

화석 20~30%만 발견돼도 성공인데 90% 발견…티라노의 치열한 생애도 보여줘

수(공식 명칭 FMNH PR2081)는 1990년 8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고생물학자 수 헨드릭슨에 의해 발견됐다. 명칭 자체도 발견자인 수 헨드릭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수'는 발견 당시부터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통상 공룡 화석은 전체 골격의 20~30%만 발견돼도 학술적으로 '성공적인 발굴'로 간주하지만, '수'는 뼈의 약 90% 이상(부피 기준)이 온전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기 때문이다.

'수'는 생전 몸길이가 약 12.3m에 달했으며, 골반 높이만 4m에 이르는 거대한 체구를 자랑했다. 특히 360여개의 전체 뼈 중 250여개가 발견되면서 티라노사우루스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표준이 됐다. 과학자들은 '수'의 사후 사체가 빠르게 진흙과 물속에 잠기면서 다른 포식자나 박테리아로부터 훼손되지 않았기에 이 같은 '기적의 보존'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수'의 골격은 단순히 형태만 온전한 것이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까지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됐다. 정밀 조직 분석 결과, '수'는 사망 당시 약 28~33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 중 가장 고령에 해당하며, 공룡의 성장 속도와 수명을 이해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또 '수'의 전신 골격 곳곳에는 치열한 생존 투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박제돼 있다. 오른쪽 어깨뼈의 손상,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3개의 갈비뼈, 먹이와의 싸움에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팔의 힘줄 파열, 왼쪽 종아리뼈(비골)에서 발견된 심각한 골수염 흔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왼쪽 종아리뼈는 감염으로 인해 정상적인 뼈보다 2배 가까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고생물학자들은 '수'가 이 같은 심각한 부상과 통증을 안고도 수년 간 생존을 이어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개골에서 발견된 의문의 구멍들도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과거에는 동족 간의 싸움으로 인한 물린 자국으로 해석됐으나, 2009년 연구에서는 이를 '트리코모나스'라 불리는 원생동물 기생충 감염 흔적으로 추정됐다. 오늘날 비둘기 등 조류에게서 발견되는 이 기생충은 궁극적으로 목의 내부 부종을 일으켜 기아사(굶어 죽음)를 유발할 수 있다.


'수'의 사망 원인은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 기생충이 목구멍에 심각한 염증을 일으켰고 결국 수가 먹이를 삼키지 못해 굶어 죽었을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서울=뉴시스]대전 지질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 '수(SUE, FMNH PR2081)'의 머리뼈 3D 출력 모형

[서울=뉴시스]대전 지질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 '수(SUE, FMNH PR2081)'의 머리뼈 3D 출력 모형


30년 전 역대 화석 최고 경매 가격 기록하기도…韓에도 272㎏ 두개골 복원 모델 온다

'수'의 두개골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사냥 능력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의료용 CT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두개골을 우주왕복선 부품 검사에 사용되는 CT 스캐너로 정밀 스캔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뇌 구조와 감각기관의 비밀이 드러났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의 뇌에서 후각을 담당하는 '후구(Olfactory bulb)'의 크기가 전체 뇌 용적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오늘날의 사냥개나 하이에나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후각을 보유했음을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됐다.


'수'의 체중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수'의 몸무게를 약 5~7톤 정도로 추정했으나, 2011년 최첨단 레이저 스캔과 컴퓨터 모델링을 거치며 그 수치는 급격히 늘어났다.

비교적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의 생전 몸무게는 최소 8.4톤에서 최대 14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학설보다 훨씬 비대하고 강력한 근육질의 몸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복부 갈비뼈(Gastralia)가 새롭게 복원되면서 '수'의 몸집은 이전보다 훨씬 두툼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수'는 1997년 소더비 경매에서 당시 화석 경매 사상 최고가인 약 836만 달러(약 120억원)에 낙찰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록 최근 '스탠(STAN)'이나 '에이펙스(APEX)'가 이 기록을 경신하긴 했으나, 고생물학계에서 '수'가 갖는 상징성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한편 '수'의 실제 두개골은 무게가 약 272㎏에 달한다. '수'의 화석 원본은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데, 화석화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이 발생해 전시용 골격에는 두개골 복제품을 사용하고 진본은 별도 전시하고 있다.

지질박물관이 이번에 공개한 '수'의 두개골 모델도 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제작됐다. 보잉사의 로켓 부품 검사용 대형 CT 스캐너를 동원해 실제 두개골의 정밀 CT 스캔 데이터를 뽑아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질박물관이 두개골을 실물 크기로 정밀 복원해 3D 출력 모형으로 제작했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대전 지질박물관에서 내년 3월29일까지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6700만년 전 지구를 호령했던 위대한 포식자의 얼굴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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