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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아닌 원화 약세의 시대, 달러 활용법은? [도와줘요 자산관리]

서울경제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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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비호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직장인 A씨는 최근 달러/원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고민에 빠졌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경제기사에는 ‘달러 약세’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달러 가격이 이렇게 비싼데 약세라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재의 외환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달러 인덱스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환율은 두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이기 때문에 특정 통화의 절대적인 가치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달러의 객관적인 강약을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가 달러 인덱스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특정 국가 통화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도록 설계되었으며 100을 기준으로 한다. 정리하면 달러 인덱스는 ‘달러 자체의 힘’을, 달러/원 환율은 ‘달러와 원화의 상대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지표를 함께 보면 최근 환율 흐름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달러 인덱스는 연초 110 수준에서 최근 100 이하로 하락한 반면, 달러/원 환율은 1500원에 근접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고환율이 달러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전략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간의 환율 급등을 기대하며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구간으로 보인다. 해외투자 증가와 인공지능(AI) 버블 우려 등 환율 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도 존재하지만,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들 또한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격 부담을 살펴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약 6개월 사이 100원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충격 국면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환율 역시 자산의 가격인 만큼 단기간 급등 이후에는 속도 조절이나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금리 환경의 변화 또한 중요한 변수다. 금리는 해당 통화를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보여주기 때문에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한 반면 한국은 5월 인하 이후 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이는 달러 강세를 완화하고 환율 하락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정부의 환율 리스크 관리 기조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확대 및 해외주식 투자자금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세제 혜택 부여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일정 수준에서 안정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지금의 환율 수준에서 달러 매수 판단은 ‘달러 매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공포에 따른 추격 매수(FOMO)’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환율의 단기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시세차익을 노린 접근보다는 달러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달러 자산 접근의 핵심은 환율 방향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그 역할을 활용하는 데 있다. 달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 통화이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단기 투자보다는 중장기 전략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먼저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은 미국 고금리를 장기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한국보다 높은 미국 금리 환경을 활용해 미국 장기채권이나 이와 연동된 연금보험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전략은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 손익보다는 비교적 높은 달러 금리를 장기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높은 금리 수익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해줄 수 있어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미국 증시에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달러로 해외 상장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상장 ETF를 통해 투자할 경우 환헤지 여부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달러 자산으로 직접 투자하면 이러한 헤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장기 투자일수록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달러는 단독 투자 대상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수단에 가깝다. 원화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달러 자산을 편입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시 완충 장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이 달러를 살 때인가”가 아니라, “달러를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보유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단기 환율 급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서둘러 달러를 매수하기보다는 달러의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 속에서 활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공포가 아닌 전략으로 접근할 때 달러 자산의 진정한 가치도 함께 드러난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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