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공지능(AI)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두 생성형 인공지능(AI) 간 경쟁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생성형 AI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요. 지금은 적자 폭이 엄청나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인 것이죠.
그런데 독점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정부 조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정거래위원회, 미국으로 치면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같은 경쟁당국인데요. 시장에 적절한 경쟁이 있을 때 가장 소비자 효용이 높다고 믿는 집단이죠. 이들이 최근 생성형 AI의 검색 서비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유럽, AI 검색 경쟁법 위반 조사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AI가 언론사 기사를 무단활용하는 것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독점금지법 위반)인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미국 구글·마이크로소프트·퍼플렉시티와 일본 라인야후 등입니다. 챗GPT 제작사인 오픈 AI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통 AI에 정보를 물어보면 온라인 기사를 찾아 답변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런데 답변 출처는 따로 표기하지 않거나, 표기하더라도 작게 링크만 붙여둡니다. ‘검증’을 위해 링크를 누른 뒤 정보의 출처가 된 기사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기사 조회 수가 중요한 미디어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생성형 AI라는 플랫폼에 미디어 회사들이 종속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중순 구글의 AI 모드가 주요 미디어와 콘텐츠 생산자의 생산물을 가져다 쓰면서 적절하게 보상하지 않는 것이 경쟁법 위반인지를 정식으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AI가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성형 AI가 언론사 콘텐츠를 무단 전재하는 것이 저작권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쟁점이 경쟁법 위반 여부로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할 가능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일본 공정위는 2023년 정보기술(IT) 기업이 언론사에 지급하는 기사 이용료를 현저하게 낮게 설정하거나,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이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 성립이 관건···한국은?
스마트폰에 생성형 AI인 오픈AI의 챗GPT와 제미나이가 설치되어 있다. 언스플래시 |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국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거래상 지위 남용’을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법 위반일지를 따져보려면 몇 가지 쟁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우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적용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생성형 AI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요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자는 시장점유율·경쟁사업자의 규모 등을 종합해 결정합니다.
통상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어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봅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쿠팡도 시장 점유율은 20% 중반 수준으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관련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서도 점유율이 크게 널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정량적 요건을 충족한다 해서 반드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의 경우 서로 간의 거래 관계가 있어야 성립됩니다. 예를 들어 쿠팡과 쿠팡에서 물건을 파는 업체는 플랫폼과 입점업체라는 거래관계가 존재합니다. 쿠팡은 플랫폼을 내주고, 입점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죠. 그런데 언론사와 생성형 AI 사이엔 아직 뚜렷한 거래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장 유럽·일본 모두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어떤 법 논리를 적용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계약관계를 포괄적으로 해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 거래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거래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경우’라면 거래상 지위 남용이 성립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생성형 AI 회사들이 저작권 시비를 막고자 언론사와 계약을 맺으려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이 과정에서 ‘잠정적인 거래관계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최근 일부 AI들은 관련 소송이 잇따르자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향후 생성형 AI들이 언론사들과 배타적인 콘텐츠 계약 관계를 맺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관계를 강요하는 식의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소비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가져다 써 제재받은 경우는 있지만 생성형 AI와 언론사 간 관계는 쉽게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거래 관계에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는데 아직 논의가 원론적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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