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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노동 현장부터 한국사회 죽음·애도 방식까지 선명히 보여줘[심사평]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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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희정 '죽은 다음'


죽은 다음·희정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388쪽·2만2,000원

죽은 다음·희정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388쪽·2만2,000원


올해 저술 교양 부문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10권이다. 쟁쟁한 교양 저술들 가운데 희정 작가가 장례 노동 현장의 다양한 면모를 심층적으로 기록해서 소개한 작품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이 본심 최종작으로 선정되었다. 장례업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수록한 희정 작가의 작품 외에도 이상헌 저자의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생각의힘), 최훈 저자의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길들여진 동물을 위한 철학'(사월의책), 최경봉 저자의 '한글 연대기'(돌베개) 등이 본심에서 여러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록노동자로 자처하며 노동자의 일터와 재해 현장, 죽음의 양상들을 소상히 묘사했던 작가 희정이 그간의 역량을 쏟아부어 만든 작품 '죽은 다음'에서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장례업 노동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작가는 염습실에 들어가 고인을 맞이하며 쉽지 않은 장례 절차를 익혀 나갔고, 그 과정에서 장례지도사, 의전 관리사, 시신 복원사, 수의 제작자, 선소리꾼, 화장 기사, 장묘업체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장례 노동의 현장을 속깊게 보여주는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은 다음 우리가 과연 어떻게 떠나고 돌봐지며 기억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희정 작가의 섬세한 노력과 열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은 우리 사회가 죽음과 애도를 대하는 방식, 장례 노동에 대한 인식의 문제까지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혈연가족을 중심으로 한 장사법과 장례 절차, 의료법 등은 일인, 비혼 가구, 무연고사망자 등이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희정 작가는 기존의 장례 전통과 사뭇 다른 생전 장례식, 공영 장례식, 탈가부장적 장례 실험 등 새로운 방식의 장례 문화들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장례업 노동자들, 예비 사별자와 예비 고인들의 시선을 오가며 우리가 나답게 죽고 기억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함으로써 모두에게 다가올 죽은 다음 추모와 애도, 기억의 순간을 함께 숙고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도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의 최종작으로 선정하기에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백민정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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