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조우리 '4x4의 세계'
2025년은 21세기의 4분의 1을 지나는 해다. 새 천년의 아기들은 스물다섯 살 어른이 되었다. 올해 어린이·청소년 부문의 열 권은 지난 25년 어린이책의 성취를 아우르는 역작들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슬픔의 틈새'는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을 활보하는 근대사의 주체로서 여성 청소년을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꽃에 미친 김 군'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그림책이 우리 전통 미감을 토대로 피워 낸 예술적 그림책의 한 경지다. '이런 멋쟁이들'은 곤충의 치열한 삶을 독창적 그림언어로 그려내며 어린이 논픽션의 고유성을 입증했다. 벌레의 조그만 몸집을 거대하게 키워 그린 책의 물성은 작다고 하찮게 여길 존재는 없다는 걸 그림책만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고요한 식물의 삶을 손의 힘으로 재현한 '목화씨', 새벽 노동을 조명한 '첫 차를 타는 사람들', 휴식 없는 경쟁과 회복의 필요성을 은유한 '시계탕', 희미하게 엷어지는 생의 끝을 평온하게 그려낸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어린이 과학책의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꿀벌이 멸종할까봐' 등에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진단한 오늘의 세계가 담겨 있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달라진 인권 감수성을 감각적으로 반영하며 이 땅의 어린이를 손잡아 일으켜주는 따뜻한 단편집이었다.
이 중에서 '4x4의 세계'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어렵고 두려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든든한 응원의 말로 꽉 채운 빙고 같은 동화다. 어린이 병동에 장기 입원 중인 호와 새롬의 간절한 관계는 오늘, 하루, 지금의 의미를 잊고 사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호의 아버지가 마법처럼 외치는 "1,000만 원입니다"는 돈으로 다 된다고 믿는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사랑의 가격이다. 짧은 서사만 반기는 시대에 장편 읽기의 뭉근한 매력을 알려주는 작품인 점도 귀하다. 감춰진 작은 마음은 포스트잇에 모여서 이 책처럼 어린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어린이를 데리고 어디까지든 간다. 동화는 존재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향하는 문학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한뜻으로 이 작품을 선정하며 우리 어린이책의 아름다운 현재에 대해서 찬탄을 아끼지 않으며 어린이 아닌 독자들이 어린이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였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조우리 '4x4의 세계'
4x4의 세계·조우리 지음· 창비 발행·140쪽·1만3,800원 |
2025년은 21세기의 4분의 1을 지나는 해다. 새 천년의 아기들은 스물다섯 살 어른이 되었다. 올해 어린이·청소년 부문의 열 권은 지난 25년 어린이책의 성취를 아우르는 역작들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슬픔의 틈새'는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동북아시아와 태평양을 활보하는 근대사의 주체로서 여성 청소년을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꽃에 미친 김 군'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그림책이 우리 전통 미감을 토대로 피워 낸 예술적 그림책의 한 경지다. '이런 멋쟁이들'은 곤충의 치열한 삶을 독창적 그림언어로 그려내며 어린이 논픽션의 고유성을 입증했다. 벌레의 조그만 몸집을 거대하게 키워 그린 책의 물성은 작다고 하찮게 여길 존재는 없다는 걸 그림책만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고요한 식물의 삶을 손의 힘으로 재현한 '목화씨', 새벽 노동을 조명한 '첫 차를 타는 사람들', 휴식 없는 경쟁과 회복의 필요성을 은유한 '시계탕', 희미하게 엷어지는 생의 끝을 평온하게 그려낸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어린이 과학책의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꿀벌이 멸종할까봐' 등에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진단한 오늘의 세계가 담겨 있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달라진 인권 감수성을 감각적으로 반영하며 이 땅의 어린이를 손잡아 일으켜주는 따뜻한 단편집이었다.
이 중에서 '4x4의 세계'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어렵고 두려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든든한 응원의 말로 꽉 채운 빙고 같은 동화다. 어린이 병동에 장기 입원 중인 호와 새롬의 간절한 관계는 오늘, 하루, 지금의 의미를 잊고 사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호의 아버지가 마법처럼 외치는 "1,000만 원입니다"는 돈으로 다 된다고 믿는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사랑의 가격이다. 짧은 서사만 반기는 시대에 장편 읽기의 뭉근한 매력을 알려주는 작품인 점도 귀하다. 감춰진 작은 마음은 포스트잇에 모여서 이 책처럼 어린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어린이를 데리고 어디까지든 간다. 동화는 존재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향하는 문학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한뜻으로 이 작품을 선정하며 우리 어린이책의 아름다운 현재에 대해서 찬탄을 아끼지 않으며 어린이 아닌 독자들이 어린이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였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