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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낮술 낭독 社內모임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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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보이면 안 되고 실수하면 안 되고, 유능해 보여야 하고 강해 보여야 하고 등등. 승자독식 사회에서 회사 동료와 우정을 나누는 친구와의 간극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다정한 서술자임을 생각하면, 우리는 어느 경우든 다정하거나 솔직해질 수 있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

이정화·이한솔·신새벽 등 민음사 편집자 세 명이 함께 쓴 ‘낮술, 낭독’(세미콜론)에서 읽었습니다. 이들이 8년째 계속하고 있는 사내 모임 ‘낮술 낭독회’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엄격하게 이뤄지는 모임이 아닙니다. 낮술 낭독을 원하는 누군가가 만나자며 시간과 장소를 제안하면 각자 낭독할 책, 나눠 마실 술 한 병,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토요일 오후 2~3시쯤 만난답니다. 분위기가 잡히면 먼저 읽겠다 자처한 이의 낭독과 감상을 경청합니다. 낭독이 끝나면 모두 건배하고 다음 사람이 낭독을 이어가고요. 참석자의 연령과 직급이 제각각이지만 모임에서는 평어를 사용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요.

저자들은 ‘동료’였을 뿐인 사람들과 ‘친구’가 된 것이 낭독회의 가장 큰 성과라 말합니다. 목례만 하며 지나치던 이들과 손 흔들며 방긋 웃는 사이로 거듭납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의심이 많았고 사회에서 만난 상대에겐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내 경우 회사 동료와 친구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경쟁과 바람직하지 않은 질투 때문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 해결되지 않은 인간관계가 마음속 앙금으로 남아 있다면 낮술 한 잔 청하며 말끔히 풀어버리는 게 어떠신지요. 좋은 책의 한 구절을 소리 내어 함께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래서 이러니 저래서 저러니에 연연할 필요 없다. 마시면 그뿐, 읽으면 그뿐, 낭독하면 그뿐, 들어주면 그뿐 아닌가.”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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