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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조선일보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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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해넘이 행사가 펼쳐지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뉴스1

해넘이 행사가 펼쳐지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뉴스1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노래 가사입니다. 가수 황가람이 부른 ‘나는 반딧불’의 첫 부분입니다. 노래방 반주기 제조·판매업체인 금영엔터테인먼트와 TJ미디어가 집계한 연말 결산 차트에서 올해 가장 많이 불린 노래 1~2위를 다툰 곡입니다. 문득 지금의 내가 초라하다고 느끼다가도 결국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는 내용의 가사죠. 이 노래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보컬도 매력적이지만,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한 서정적 가사로 특히 사람들 마음을 울렸습니다.

빛나는 자리에 설 것이라는 희망, 당장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지만 언젠가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 사람들은 희망과 믿음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늘 틈이 존재합니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이 작아 보인다는 생각에 휩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저 가사 속 반딧불이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어도, 생각했던 위치에 오르지 못한 삶이라도 실패한 게 아니라고요.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처럼 빛나지 않아도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괜찮다고요.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시다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별을 꿈꾸던 마음도, 그 꿈과는 다른 자리에 서 있는 현재의 자신도 모두 우리 삶의 일부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지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들, 남들과 비교하면서 작아진 마음,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또렷하게 남은 기억. 연말이 되면 그런 생각은 더 자주 고개를 듭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앞에 두고 우리는 자꾸 지난 시간에 점수를 매기려 합니다. 무엇을 이뤘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따져 묻습니다. 그러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남긴 흔적은 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시간, 기대만큼 닿지 못했다고 느꼈던 날들은 그냥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닙니다. 연말에 남는 것은 지난 1년을 묵묵히 걸어온 우리 자신의 발자취 아닐까요. 손에 쥔 결과물의 크기만이 아니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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