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서해 피살 은폐’ 1심 무죄, 유족 한과 피눈물 누가 닦아주나

조선일보 조선일보
원문보기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왼쪽) 씨가 203년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외 1명에 대한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왼쪽) 씨가 203년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외 1명에 대한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 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을 받아 숨진 뒤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이씨가 자진 월북을 했다고 몰아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 3년 만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사건 핵심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이 이씨의 피살 사실을 은폐하려 했느냐다. 재판부는 이씨 피격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릴 것”을 지시했다는 점을 들어 은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 회의 직후 국방부와 국정원이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5000건 이상 삭제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은폐 목적이 아니라면 왜 이렇게 많은 문건을 삭제했겠나.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이 “이게 덮을 일이냐”고 반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업무와 무관한 직원들에게 노출·전파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며 은폐는 아니라고 했다.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만 취사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문 정권이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서 전 실장 등이 ‘자진 월북’ 방향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이씨 동료 선원들이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일치된 진술을 했는데도 월북으로 몰고 갔다. 해경청장은 수사팀의 반대에도 “다른 가능성은 안 돼. 월북이 맞다”고 밀어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가 국내·해경용이 아닌 중국 한자가 적힌 조끼라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난 안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도박 자금 때문에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지시가 없었다면 해경청장이 왜 이런 행동을 했겠나.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문 정권은 이 사건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조차 거부했다. 법원의 공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더니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무죄라면 왜 이렇게 했겠나.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성탄 선물”이라고 했다. 이씨 유족들은 그동안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피눈물을 누가 닦아줄 건가.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손예진 현빈 아들
    손예진 현빈 아들
  2. 2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3. 3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4. 4쿠팡 정부 진실 공방
    쿠팡 정부 진실 공방
  5. 5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