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 식물원의 ‘라이트스케이프(Lightscape)’ 전시. 식물원의 어두워진 밤에 조명 디자인을 설치해서 빛, 색, 음악의 요소로 구현된 공간을 연출한다. |
조명은 어둠을 밝히는 것을 넘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광원 자체가 예술 작품이 돼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를 ‘조명을 위한 조명(Light for Light’s Sake)‘이라 부른다. 촛불, 네온사인, 크리스마스 장식이 대표적인 예다. 연말 연시는 도시 곳곳이 이런 빛의 향연으로 물드는 시즌이다. 상점과 레스토랑, 가로수와 건물, 그리고 작은 마을 전체가 반짝이는 조명으로 장식되기도 한다.
뉴욕 브루클린과 시카고의 식물원에서는 연말에 ‘라이트스케이프(Lightscape)’ 전시가 열린다. 식물원 야외 공간에 조명 작품을 설치해 빛과 색,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전시를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다국적 예술가들이 식물원의 특정 장소에 어울리는 다양한 조명 디자인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2㎞에 달하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감상한다. 동물과 식물 형상의 조명, 우아한 발레리나, 조명의 바다, 조명 오케스트라, 빛의 터널이 등장해 마법에 걸린 숲속을 걷는 기분이다.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 ‘라이트스케이프(Lightscape)’의 조명 터널. 고딕 성당의 아치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은 하루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식물원의 야외에는 꽃도 없고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만 남아 있다. 관람객도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장소를 다른 풍경으로 만드는 게 조명의 역할이다. 조명은 물체와 공간, 나아가 도시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 빛이 없는 밤에 빛을 창조해 전혀 다른 정원과 건축을 만드는 것이다.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 ‘라이트스케이프(Lightscape)’의 ‘조명의 바다(Sea of Light)’ 작품. 조명은 빛이 없는 밤에 빛을 만들어 또 다른 정원, 또 다른 건축을 만든다. |
하루 종일 디지털 스크린의 차가운 빛에 둘러싸여 있다가 이토록 황홀한 조명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특별하다. 밖은 추워도 조명이 밝혀진 정원은 ‘불빛’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포근하게 다가온다. 백화점을 장식하는 요란한 크리스마스 조명이 아닌, 차분하게 정원을 거닐며 산책하는 시간이라 더 소중하다. 밤이어서 작품 이외에는 나무도 잔디도 관객도 보이지 않는다. 가족과 연인은 고요한 정원에서 펼쳐지는 빛의 축제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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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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