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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신호무시 질주, 문도 안열어줘 공포”…‘빌런 운전사’ 정체는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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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언덕을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언덕을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자는 미국 자율주행택시 웨이모 로보택시에 갇혔다. 목적지인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도착했지만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량 내부에 있는 고객센터 버튼을 누르자 상담원이 “창문을 내려줄 테니 밖으로 손을 내밀어 문을 열어보라”고 안내했고, 곧 원격 조종으로 모든 창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나 손잡이를 잡아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응급차를 부르기 위해 911에 전화를 하려는 찰나 상담원이 “반대편 문을 열어보라”고 말했다. 결국 첨단 자율주행차에서 내리기 위해 좌석을 가로질러 옆문으로 빠져 나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다음날 서니베일 인근 초등학교 앞 정지(Stop) 사인이 있는 삼거리에서도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등하교 시간, 안전 가드가 아이들을 위해 ‘정지’ 팻말을 들고 길을 막았지만 웨이모는 주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동을 시작했다.

놀란 가드가 뛰어나와 “정지!”를 외치자 차량은 잠시 멈췄으나 가드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이를 ‘길을 건너지 않는 보행자’로 오판하고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인공지능(AI)이 복잡한 교통 환경 속에서 ‘사회적 약속’과 비공식 신호를 읽어내는 데 취약함을 드러낸 대목이다.

웨이모 연도별 운행거리

웨이모 연도별 운행거리


웨이모와 같은 로보택시가 도심을 누비는 시대가 열렸지만, 기자가 경험한 여러 사례처럼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했다. 특히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에 따른 웨이모 차량 정지 사태는 완전 자율주행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달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늦은 밤 산책하던 한 시민은 길가에 멈춰 선 재규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오른쪽 뒷문을 닫아달라”는 음성을 들었다. 운전석이 비어 있던 이 차량 역시 웨이모 로보택시였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전상 이유로 차량이 출발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시민이 문을 닫자 차량은 곧바로 주행을 재개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전이 일어나 도시 곳곳에서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가 멈춰 있는 모습. [MBN 유튜브 캡쳐]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전이 일어나 도시 곳곳에서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가 멈춰 있는 모습. [MBN 유튜브 캡쳐]


이런 일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자 여러 교차로에서 로보택시가 장시간 정차했고, 일부 차량은 견인차에 실려 이동했다. WP에 따르면 웨이모는 LA에서 로보택시 문을 닫거나 고장 차량을 견인하는 작업에 건당 20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웨이모는 “신호등이 꺼지면 사거리 정지 규칙을 따르도록 설계돼 있지만, 정전 규모가 커지며 원격 대응 인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한꺼번에 몰렸고 처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차들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확인하기 위해 원격 대응 요원과 접촉해야 했고, 요청이 누적되면서 도로 점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감독관 빌랄 마무드는 “교통 방해는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문회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택시 기사와 경쟁할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돌발 상황을 책임지는 ‘도로의 선장’ 역할은 여전히 공백 상태라고 지적한다. 필립 쿱먼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운전자 역할은 단순히 사고를 내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차량 상태를 관리하는 일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동원해 문을 닫고 차량을 회수하는 방식은 사업이 확장될수록 막대한 비용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웨이모는 문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차세대 모델(지커)을 시험 중이지만, 기술적 보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인간 부대’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키스 첸 UCLA 교수는 “근처 우버나 리프트 운전자가 문을 닫아주면 보상을 주거나 다음 승객이 문을 닫아주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인간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 운영 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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