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조사 경위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쿠팡을 향한 소비자의 불신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쿠팡이 정부보다 앞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가 일방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반박하자 시장에서는 쿠팡이 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쿠팡이 다시 정부의 지시에 따른 조사였다며 재반박에 나선 이유다. 업계에서는 쿠팡과 정부의 갈등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을 부추긴다며 하루빨리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쿠팡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이후 정부와 협력해 진행한 조사 내용을 날짜별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 1일 정부와 만나 유출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정부로부터 공식 공문을 받은 뒤 9일 정부로부터 유출자와 직접 접촉해볼 것을 제안받았다. 이후 5일 뒤 쿠팡은 유출자를 1차 대면했다. 16~17일에는 유출자의 데스크톱 하드드라이브를 회수해 유출자 진술서와 함께 정부에 전달했다. 18일에는 유출자가 쿠팡 에코백에 벽돌과 함께 노트북을 담아 하천에서 버렸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해당 하천에 잠수부를 투입해 노트북을 건져 올렸다. 21·23일 정부에 모든 관련 증거와 상세 보고서를 제출한 뒤 고객에게 이를 알렸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잠수부가 하천에서 노트북이 담긴 쿠팡 에코백을 건져 올리는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전날 정부가 쿠팡의 조사는 일방적이며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점을 의식해 쿠팡이 반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달 초부터 정부와 협조하며 조사를 진행해왔고 결과를 모두 보고했는데도 정부가 결과 발표를 미루자 해당 결과를 독자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 기간 쿠팡에 대해 세무조사,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실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날도 쿠팡이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자백을 받아내고 기기를 회수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협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협력한 기관은 국가정보원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국가정보원 또한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가정보원은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 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업무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면서도 “쿠팡 사태와 관련해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쿠팡과 정부 간 갈등과 별개로 쿠팡의 조사 결과 자체에도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개인정보 유출 규모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18일 45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같은 달 29일 유출된 개인정보는 3370만 명에 달한다고 정정했다. 전일 발표한 결과에서는 유출자가 3300만 명의 계정에 접근했지만 3000여 명의 정보만 저장했다고 밝혔다. 한 달가량 유출 규모만 두 번 바뀐 가운데 쿠팡이 의도적으로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이 글로벌 보안 업체를 통해 진행한 포렌식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쿠팡이 포렌식을 통해 유출자의 진술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조사 범위와 기간 등을 달리 해서 포렌식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유출자가 개인정보 3000명만 저장했다는 점도 당초 권한이 없는 사람이 개인정보에 접근해 조회할 수 있는 게 문제인데 쿠팡은 (저장 규모를 내세워)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사받는 기업이 증거물을 확보해 직접 조사를 한 게 증거인멸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전 직원이 접근한 고객 개인정보 규모가 3370만 명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성인 대부분의 정보가 노출된 만큼 국민들의 2차 피해에 대한 불안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쿠팡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신속한 공조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 소송을 의식해서 유출 규모가 적은 중간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공신력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이용성 기자 utility@sedaily.com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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