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도 쿠팡 질타… "김범석, 숨지 말고 야간노동 해보라"

과로사 은폐·개인정보 유출 등 수사 촉구
"노동자 기록 조작 지시는 '탐욕'의 민낯"
"'미국인 경영자' 가면 벗고 직접 사죄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김범석 의장의 산재 은폐지시, 개인정보 대량유출 및 빈번한 과로사 등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노동자 과로사 은폐 의혹'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비판하는 대열에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단도 동참하고 나섰다. 특히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겨냥해 "'미국인 경영자'라는 가면을 벗고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정부와 수사 당국을 향해서도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함께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판의 초점은 김 의장이었다. 입장문에서 이들 종교인은 "고된 노동 끝에 쓰러진 노동자의 죽음을 두고 '시간제 노동자가 왜 열심히 일하겠냐'며 고인을 모독하고, '기록을 남기지 말라'며 그 죽음의 흔적조차 지우려 한 (김 의장의) 지시는 생명을 이윤의 도구로만 보는 탐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줬다"고 날을 바짝 세웠다. 김 의장의 경영 방식 자체를 직격한 것이다.

아울러 민관 합동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쿠팡이 전날 '실제 정보 유출은 3,000건뿐'이라고 기습 발표한 데 대해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시도"라고 일갈했다. 이어 △김 의장의 직접 사죄와 책임 있는 대책 발표 △쿠팡의 산재 은폐와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즉각적 강제 수사 착수 △쿠팡 등 독점적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김 의장에 대해 "양심과 부끄러움이 없는, 돈벌이에만 미쳐 버린 사람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 노동자의 죽음을 은폐하는 행태는 뿔 달린 악마와 같다"고 쏘아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손은정 목사도 "김 의장은 우리 사회를 미래 혁신이 아닌, 고대 노예제로 후퇴시키고 있다"며 '6개월간 야간 택배 노동'을 직접 체험해 보라는 일침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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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