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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없다"는 72세 정명훈은 왜 KBS교향악단을 다시 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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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KBS교향악단 기자간담회 참석 정명훈
2026년부터 3년간 제10대 음악감독으로 활동


정명훈 신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정명훈 신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이제 없습니다."

지휘자 정명훈(72)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10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통상적인 목표나 계획 발표 대신 오케스트라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먼저 밝혔다.

창단 70주년을 맞는 내년 1월부터 2028년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게 된 정 감독은 "올림픽에 나가듯 '몇 년 안에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시절과는 다르다"며 "지금 내가 할 일은 음악가들이 마음 놓고 연주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KBS교향악단과 오랜 인연을 이어 왔다. 1969년 피아노 협연자로 국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의 전신)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19세였던 1972년에는 지휘자로 같은 악단 공연에 참여했다. 1998년 KBS교향악단 제5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데 이어 2022년부터는 명예직인 계관 지휘자로 활동하며 악단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 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그는 2027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책임지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여기에 KBS교향악단 음악감독까지 함께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프로페셔널한 것보다 퍼스널한(개인적인) 것이 앞장서고 남게 된다"며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20~30년 전부터 특별히 잘 이해하고, 할수록 좋아지는 악단이 아니면 점점 더 (연주를) 안 하게 됐다"며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수락한 것도 오래 함께해 온,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교향악단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며 "프랑스 오페라를 지휘해 본 적 없던 시절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음악감독을 맡아 너무 이르다고 느꼈지만, 결국 타이밍이라는 것은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는 데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 등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지휘하는 일정은 거의 없다"며 "여러 곳을 오가며 연주와 감독직을 맡는 다른 지휘자들보다 부담은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음 놓고 연주하게 돕는 게 내 역할"



정명훈 신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과 이승환 KBS교향악단 사장. KBS교향악단 제공

정명훈 신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과 이승환 KBS교향악단 사장. KBS교향악단 제공


정 감독은 나이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60세가 돼서야 '마에스트로'라는 말이 불편하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며 "예전에는 경험 많은 연주자들 앞에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공부와 경험이 쌓이면서 균형이 맞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70대에 들어서는 모든 책임은 지휘자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연주자들에게 마음 놓고 연주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휘자는 소리를 내지 않는 유일한 음악가"라며 "책임이 큰 만큼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많다"고도 했다.

정 감독은 "오케스트라를 하는 것은 음악가에게 매우 힘든 일"이라며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음악을 시작하지만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마음을 갖게끔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디션을 통한 음악가 발굴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KBS교향악단은 내년 창단 70주년을 맞아 정명훈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4·5번을 비롯한 무게감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표 레퍼토리를 강화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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