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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산업구조 개편 새 엔진 '국민성장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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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다 아는 사실을 어렵게 설명하는 데 선수인데 그중에 생산함수라는 것이 있다. 생산함수가 말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것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려면 노동, 자본, 기술 세 가지를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느라 커피숍에서 이 세 가지를 합치고 있다. 당연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산업별로 생산함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자동차를 만들 때와 의사가 의료 서비스를 생산할 때 노동, 자본, 기술을 섞는 방법과 비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모험자본의 공급은 사실 우리나라의 생산함수를 바꾸는 작업이다. 다시 말하면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기술과 노동 그리고 자본을 합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그 규모를 보면 모험자본 공급에 진심임을 알 수 있는데 매년 30조원 규모로 5년간 첨단 벤처기업에 지분 투자, 저리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투입한다. 2024년 우리나라에서 주식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4조원 정도임을 고려할 때 매년 30조원 이상 모험자본 공급은 작지 않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는데 가장 유명했던 것이 1970년대 중화학공업으로의 전환이 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 생산함수도 그때의 산업구조 전환에 많이 의존한다. 중화학공업 전환은 오늘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과감하기 그지없던 위험한 정책이었다.

첫 번째로 정부가 지원할 산업과 기업을 지정해 선택하는 데 내재된 위험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그 도구로 시중은행 대출을 사용했는데 가용한 모든 대출을 이들 기업에 몰아줘 오랫동안 가계나 일반 기업들에 공급되는 대출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물론 그 당위성은 인정된다. 1960년대 생산함수인 잘 교육된 풍부한 노동과 빈약한 자본, 그리고 낮은 수준의 기술을 합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렇다면 2025년 지금 우리나라의 생산함수는 어떠한가? 지금의 생산함수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경제가 성장하기는 더 어려운 형편이다. 유례없는 고령화로 생산함수에 투입되는 노동은 이미 줄어들고 있고 자본도 거대 제조산업에 집중돼 있다. 잠재성장률이라는 경제학적 용어를 사용해 고상하게 말한다면 모든 가용한 노동, 자본, 기술을 투입해도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인데 그 통로가 되는 벤처기업들의 역할이 천천히 약화하고 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 10년간 벤처기업들의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80억원에서 70억원대로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험자본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전 정부들의 다양한 산업 전환 정책과 비교해도 이번 산업구조 개편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이 기업과 산업을 선택해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와 금융소비자가 어느 첨단 신생 기업에 자금이 가게 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독단적으로 산업과 회사를 정했던 이전의 산업정책과 다르다. 두 번째로는 훨씬 우아한 금융 방법이다.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자본시장을 통해 첨단 신생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이렇게 되면 금융경색은 덜하고, 성공하는 경우 그 과실은 투자자들이 거둬 가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장밋빛 이야기만 할 순 없다.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많은 신생 첨단 기업이 생겨났지만 자본시장의 돈 싸움은 냉정해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퇴출되는 과정이 평화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렇게 분주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생산함수는 변할 수 없고 한국 경제의 미래도 어둡다. 우리 경제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행동으로 모험적 자본 공급을 보여줘야 할 때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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