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커뮤니티에서 일본 오사카, 베트남 다낭, 필리핀 세부 앞에 '경기도'가 붙는다. 한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아 붙여진 별칭이다. 통계로 확인하면 과장이 아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는 일본행이 860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베트남 449만 명, 중국 231만 명, 태국 171만 명, 필리핀 166만 명 순이다. 이 통계는 항공기 최초 도착지 기준으로 집계돼 경유지가 포함될 수 있지만, 한국관광공사가 외국 현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한국인 관광객 수 순위도 일본 882만 명, 베트남 457만 명, 태국 187만 명, 미국 170만 명, 필리핀 157만 명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는 일본의 압도적 인기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1∼11월 항공 여객 수는 일본 노선이 247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543만 명, 베트남 941만 명이 뒤를 이었다. 노선별로는 인천∼도쿄 나리타 420만 명, 인천∼오사카 간사이 404만 명, 인천∼후쿠오카 315만 명 등 일본 노선이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여행플랫폼 아고다가 선정한 '2025 가장 사랑받은 해외 여행지' 톱3도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였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만큼 현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일본정부관광국과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3687만 명 중 한국인이 882만 명으로 23.9%를 차지해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일본 도시별로는 오사카가 30.7%로 가장 높았고, 후쿠오카 25.7%, 도쿄 24.8% 순이었다. 2015년까지 도쿄가 1위였으나 2016년부터 오사카가 역전했다. 지난해 간사이공항을 통해 오사카를 방문한 외국인 946만 명 중 한국인은 251만 명으로 26.5%를 차지했다.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한국인 비중은 더욱 높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1760만 명 중 한국인이 457만 명으로 25%를 차지했다. 특히 다낭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410만 명 중 한국인이 168만 명으로 40.6%에 달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577만 명 중 한국인이 154만 명으로 26.6%를 기록했다. 세부만 놓고 보면 한국인 비중은 더욱 압도적이다. 지난해 세부 방문 외국인 190만 명 중 한국인이 103만 명으로 54.1%를 차지했다. 미국인과 일본인이 각 23만 명, 중국인이 13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 세부시'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이들 도시가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가성비 높은 가까운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비행시간이 짧으며 운항 횟수가 많다. 한국인은 일본에 90일, 베트남에 45일, 필리핀에 3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인천에서 오사카까지 2시간, 다낭까지 5시간, 세부까지 4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다낭과 세부는 연중 따뜻한 날씨와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고, 오사카는 엔저 현상으로 물가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하게 느껴진다.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는 "오사카는 쇼핑과 맛집 탐방에 최적화돼 있고 교토와 나라 등 소도시가 인접해 재방문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관광부 한국사무소는 "세부는 휴식형 리조트부터 다이빙과 고래상어 투어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가족 패키지여행과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부에서는 방학 기간 영어 캠프에 참가하는 한국 학생이 많고, 다낭과 세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 베이비시터를 고용해 가족 여행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현수아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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