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8700톤급 핵추진잠수함(핵잠)을 전격 공개하며 전력 과시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핵잠 건조를 둘러싼 한미 협의가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北 핵잠 공개, 커진 美 전략 부담"…韓 '헌터 킬러' 역할론, 美 설득 요인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건조 중인 잠수함의 함체 전체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핵잠의 외형을 전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개는 한미가 지난 10월 말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은 상황과 맞물린 행보로 해석된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잠 건조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을 과시하며 일종의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의 핵잠 과시는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핵잠은 디젤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잠항과 장거리 작전이 가능해 일단 실전 배치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추적·대응이 불가피한 전략 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핵잠이 전략유도탄 탑재를 전제로 한 잠수함일 경우, 미국은 이를 단순한 한반도 위협이 아닌 보다 넓은 전략 환경에서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은 동해를 포함한 주변 해역에 핵잠수함을 상시적으로 투입하거나, 그에 준하는 감시·대응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논의가 갖는 전략적 의미가 부각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핵잠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으로 주 임무는 잠수함 추적·감시와 대잠 작전에 있다. 북한의 핵잠 직접 겨냥한 '맞춤형 억제 자산' 성격이 강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8700톤급 핵잠을 실제 전력화할 경우, 미국은 이를 감시하기 위해 자국 핵잠수함 전력을 특정 해역에 상시 배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국이 보유한 핵잠 전력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용되는 만큼 특정 지역에 묶이는 것은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고 북한의 핵잠을 견제하는 '헌터 킬러' 즉, 핵잠을 쫒아다니면서 감시·정찰·타격까지 역할을 맡는다면 미국은 동북아 전구에 전력을 고정적으로 배치하지 않고도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점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논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87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함체 전체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사업에 대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美 비확산 기류 '신중론' 누그러뜨리는 데 긍정적 영향 관측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미국 내 핵 비확산 기류에 기반한 '신중론'을 완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비확산 조직과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핵 관련 기술과 물질의 해외 이전에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기관들로 꼽힌다. 여기에 미 의회의 승인 절차까지 더해져, 핵잠 도입은 정치적·법적 난도가 높은 사안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미는 한국의 핵잠 도입과 관련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 사례처럼,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지난 18일에는 국방부·외교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핵잠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한국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내년 11월 전에 최대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초엔 미국 측 실무대표단이 방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번 김 총비서의 핵잠 공개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김 총비서가 대놓고 핵잠을 보여준 이후부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감시 및 대북 관심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북한 스스로 행동반경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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