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인간이 지켜야 할 고유의 가치
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다산초당/ 3만3000원 |
‘인간다움’이라는 개념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무분별한 기술 발달이 일상을 잠식했다.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은 분노를 증폭시키고, 기술은 인간적 경험을 대체한다. 이 같은 증오의 시대에 책은 휴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국 에식스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저자는 역사적 휴머니스트 사례를 통해 파편화된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14세기 페트라르카·보카치오부터 몽테뉴·흄·다윈·버트런드 러셀·조라 닐 허스턴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이들은 종교적 탄압, 전쟁, 인종차별 등 위협과 제약받는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절망 속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믿었다. 저자는 불평등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증명한 사례를 통해 ‘인간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보여준다.
휴머니즘의 긍정적 효과는 역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고 무너진 세계에 절망만 남았다고 생각될 때, 인간은 인류애와 삶의 지혜를 잃지 않았다. 힘들고 비참한 상황에서 자기 몫의 빵을 타인과 나눴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챙겼다. 타인을 위로하며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는 더 큰 자유와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저자는 재난의 순간마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은 휴머니스트가 있었다는 점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인간의 사유 능력뿐 아니라 언어·서사·기록의 힘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고, 고통을 말하고, 희망을 공유하는 과정이 인간을 서로 연결하는 핵심 장치라고 책은 설명한다. 또한 인간이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며, 그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휴머니즘의 핵심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저자는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모두가 인간으로 죽지 않는다”고 말한다. 혐오와 고립의 시대지만 여전히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은 개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1호 (2026.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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