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내 개인정보는 이미 공공재다.” 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터져 나오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금융·이커머스를 넘어 인공지능(AI) 제품에 이르기까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대응을 살펴보면, 정작 기술의 고도화만큼이나 중요한 ‘명확한 정보 고지’와 ‘투명한 관리 체계’ 구축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논란이 된 LG유플러스의 AI 통화 서비스 ‘익시오’ 사례는 기업의 정보 고지가 기술적 수사보다 앞서야 할 ‘신뢰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익시오는 출시 당시 ‘온디바이스 AI’의 보안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운용 방식은 기대와 달랐다. 핵심 기능인 ‘통화 요약’이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는 방식임이 드러난 것이다. 보안을 최우선해 온디바이스 기술을 선택한 사용자 입장에선 사실상 ‘서버 연동형’ 서비스임을 사후에야 인지하게 된 셈이다. 온디바이스 AI를 마케팅적 수식에 사용하기에 앞서 사용자 정보가 기기 밖으로 나가는 지점과 그 처리 단계를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알리는 절차가 선행됐어야 한다.
중국 가전업체 드리미의 행보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되는 등 보안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자 드리미는 ‘한국 내 데이터 서버 구축’이라는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보안 신뢰도라는 승기를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보 관리의 투명성이 못내 아쉽다. 드리미는 서버 이전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어떤 서버를 이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처리 위탁 및 수탁’에 대한 구체적인 고지는 법적 의무 사항이다. 데이터가 실제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서버 한국 이전이라는 조치가 실질적인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AI 서비스가 소비자 지지를 얻기 위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 있는 정보 고지가 필수적이다. 기술의 혁신성만큼이나 소비자의 데이터가 처리되는 과정을 명확히 알리는 일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 법적 의무인 위수탁 고지 사항을 준수하고 복잡한 약관 뒤에 숨기보다는 사용자가 정보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 시대의 신뢰는 화려한 기술적 사양보다 정직한 정보 고지에서 시작된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역량만큼이나 사용자 정보 보호와 투명한 고지 절차 수립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기술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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