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떡볶이 먹으며 성탄절 집콕"...연말 대목 사라진 식당 '곡소리'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5일 가족들과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사진=이모씨 제공.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냈어요."

지난 25일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가족들과 집에서 '가성비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으로 산 치킨과 2만원어치 떡볶이를 배달시켰다. 케이크는 1만2000원어치 딸기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생크림 등 나머지 재료는 집에 있던 것을 사용했다. 약 3만원으로 세 명이 배불리 먹고도 재료가 남았다.

이씨는 "남은 딸기와 재료들로 케이크를 한 번 더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며 "줄 서가며 비싸게 외식하는 것보다 홈파티가 더 좋다고 느낀다. 내년에도 이렇게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집콕 크리스마스'를 즐긴 이들이 많았다. 사라지는 연말 특수에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26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선 홈파티 인증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홈파티 레시피, 플레이팅, 사진 포즈 등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각양각색의 방법이 공유됐다. '크리스마스홈파티' 해시태그가 달린 글은 10만개가 넘었다.

30대 김모씨는 크리스마스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인당 5만원어치 요리를 해먹었다./사진=김모씨 제공.

30대 여성 김모씨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전식부터 후식까지 갖춘 프랑스 식사를 준비했다. 바게트, 프랑스식 베이컨 요리, 까눌레 등 10여가지 음식을 준비해 인당 5만원 정도 들었다.

김씨는 "외식값이 비싸서 레스토랑부터 카페까지 가면 최소 10만원은 써야 한다"며 "그럴 바에야 따뜻한 집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맛있게 해먹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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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예약 5팀…자영업자 "겨우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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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강서구 한 식당의 예약현황판 모습. 5년전까지 연말 예약 손님은 하루 10팀이 넘었지만 올해는 4~5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상인들은 부진한 연말 장사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서울 강서구에서 양대창집을 운영하는 이민영씨는 "크리스마스날 예약은 5팀 정도 받았다"며 "5년 전에 비하면 20% 넘게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식당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 편인데도 이 정도다. 주변 상인들 대부분이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안 좋아 인근 회사들도 회식을 줄이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마곡역 인근 한 고깃집 직원 A씨도 "크리스마스 날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2년 전엔 대기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어젠 주변 다른 식당들도 그렇고 거리 자체가 조용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의 어려움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번 달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1000명 응답)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영성과가 '악화했다'는 응답은 46.5%에 달했다. 배경으론 원자재·임대료 부담 증가(39.3%)가 1위로 꼽혔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 속에서 회식도 쉽지 않고, 청년들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연말 특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재료와 음식값이 올라 장사가 안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자영업자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졌다"며 "최근 자영업자들은 평소에도 장사가 안되지만, 연말특수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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