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와 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의 대장주 비트코인은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의 기로에 섰다.
◆비트코인, 26일 9만달러 벽 못 넘고 횡보… '옵션 만기' 리스크까지
26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은 8만7400달러(약 1억2581만원) 선에서 거래되며 9만달러 고지 탈환에 실패했다. 일주일 전 대비 2% 남짓한 소폭 반등에 그친 수치로 지난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약 30% 하락한 뒤 박스권에 완전히 갇힌 형국이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주식 시장이 '위험 선호' 심리로 뜨겁고 금이 '안전 자산'으로 각광받는 사이 비트코인은 그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한 채 거래량 급감과 수급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가장 큰 단기 악재는 오는 26일(현지시간) 만기가 돌아오는 약 23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옵션 계약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옵션 만기를 앞두고 시장의 방향성 베팅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메말랐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마저 4분기 들어 순매도세로 전환되며 가격을 떠받칠 매수 주체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증시·금은 ‘역대급’ 산타랠리… 비트코인은 ‘약세장’ 공포에 떨다
비트코인의 침묵과 대조적으로 전통 자산 시장은 연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성탄절 휴장 직전인 2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 지수와 다우 지수는 나란히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S&P 500은 6,932.05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서만 38번째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기초체력이 시장을 견인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예상치(3.2%)를 크게 상회하는 4.3%로 발표됐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의 주식 매수 소식에 나이키 주가가 4.6% 급등하는 등 호재가 잇따랐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 역시 온스당 4500달러에 근접하며 197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70% 이상 상승하며 가상자산의 ‘디지털 금’ 내러티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현 상황을 단순 조정을 넘어선 '약세장 초기'로 진단하고 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장 건전성 지표인 BCMI가 평형점인 0.5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2019년과 2023년 대폭락 직전과 유사한 흐름이다.
장기 추세선인 365일 이동평균선(약 10만2000달러)이 무너지면서 추가 하락 위험이 커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23~28 수준에 머물며 ‘극단적 공포’ 단계에 진입했다.
디지털 자산 분석업체 BRN의 티모시 미시르 연구 책임자는 "자본이 장기 헤지 수단인 실물 자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가상자산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가 성탄절 전야까지 축제를 즐긴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역대급 옵션 만기라는 폭탄을 안고 2025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26일 옵션 만기 이후 8만5000달러 지지선 수성 여부가 내년 초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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