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회장 "비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강행 시 모든 수단 강구 대응"

[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정부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단식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택우 회장은 26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2025년 한 해는 의료계에 다사다난했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한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의료 정상화를 누누이 강조했지만, 수련과 교육 여건에 대한 답은 없이 정상화와는 별개의 정책들이 강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비과학적·비논리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은 감사원 결과를 통해 국민들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 도출되는 자료의 신뢰성에 대해 긴박하게 말씀드려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현재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분석 방식은 통계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정 모형 고집과 불완전한 변수 적용은 통계적 왜곡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재 추계위에 사용하는 ARIMA(아리마) 모형은 데이터의 과거 패턴을 분석해 미래값을 예측하는 모델인데, 아리마 모델은 분석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며 "자료에 포함하는 시점과 기준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오히려 남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시점에 따라 널뛰는 결과를 토대로 국가 백년대계인 의사 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계를 위한 실질적인 변수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단순히 의사의 머리 숫자로만 자료가 분석돼서는 안 되며, 각각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실제 시간이 적절하게 반영되는 FTE(Full Time Equivalent)라는 전일제 환산 지수의 개념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추계위는 아리마 모형에 집착하지 말고, 조성법 등 다양한 분석 기법과 의료계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다양하고 합리적 변수를 수용해 다각적인 검증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구조 개선의 즉각 이행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을 심의·의결하는 보정심의 투명한 운영을 약속한 바 있고, 의협 역시 국회와 정부에 공문을 보내 합리적인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는 약속과 요구를 외면한 채,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위원회를 재구성해 회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추계에 휩쓸리지 않겠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철저한 데이터와 논리로 맞설 것이고, 이미 내·외부의 연구 역량을 총동원하여 자체적인 추계 연구와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협의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인력 양성지원연구센터 등을 통해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허구성과 통계적 오류들을 낱낱이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과학적 추계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요구한 모델이나 납득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단식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올바른 의료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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