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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먼저 너의 오두막에 불을 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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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서울이다. 사람도, 자본도, 기회도 서울로 향한다. 서울로 가고, 모여들고, 또 모여든다.

그 흐름을 두고 지방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반복되지만, 정작 서울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다. 다만 서울에는 경쟁이 있고, 그 경쟁의 결과로 성취가 축적돼 왔다. 경쟁이 있으니 성취가 강하게 작동했고, 성취가 다시 사람을 불러들였다. 서울 집중은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에 가깝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이런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 나오자 지역 대학가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법률적·행정적 정의도 불분명한 ‘지역거점국립대’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통합을 희망하는 국립대는 넘쳐나고, 광역지자체에 거점 국립대가 없는 지역은 의과대학 유치를 통해 거점대 전환을 기대한다. 대학과 지자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뒤엉키며 지역 대학은 그야말로 소란스럽다. 소란을 넘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누가 옳은지, 어떤 말이 맞는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지금 지역 대학들이 과연 서울의 주요 대학들만큼 절박하게 노력해 왔는가 하는 질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절벽이 눈앞에 다가와 있고, 이대로 가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좋은 대학이 되려면 연구를 해야 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 역시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다’는 데서 멈춰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데 왜 변해야 하느냐”, “왜 하필 내 때 이런 변화가 오느냐”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이런 말이 빠르게 나오는 대학일수록 위기는 더 빠르게 다가온다.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변화를 외부의 강요로만 받아들인다.

세상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을 탓한다고 지역이 살아나지 않고, 제도를 기다린다고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결국 대학의 힘은 연구와 교육, 그리고 스스로를 혁신하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차피 세상은 변한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거부하느냐, 아니면 앞서 준비하느냐다. 지금 지역 대학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자기 성찰과 결단이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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