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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불안의 시대에 필요한 따뜻한 확신, 주토피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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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봉 3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겨울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시리즈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 '주토피아2'의 매력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 "우리는 성공할 거예요."라는 대사였다. 이 대사는 영화에서 가족을 떠나 멀리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는 뱀, 개리의 말이다. 영화에서 개리의 여정이 자세하게 나오진 않지만, 짐작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그는 아마도 인간으로 치면 청년쯤 되는 나이인데, 빼앗긴 진실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 폐허가 된 별장에서 몰래 지내면서 진실의 근거들을 모으고, 때를 기다린다. 가족 모두를 쫓겨나게 했던 음모를 밝혀내, 세상을, 자신의 삶을, 그리고 가족의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

이 꿈꾸는 뱀은 자신에게 항상 그런 말을 항상 해왔을 것이다. 우리는 성공할 거야, 해낼 거야, 반드시 진실이 이길 거야, 그렇게 믿으며 온갖 고행과 불안을 거쳐왔을 것이다. 확실히 인생의 한 시절에는 그런 근거 없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즘 어디든 강의를 다녀보면, 최대의 고민이 '불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취업 걱정과 AI로 인한 대체 등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이 무척 크다.

불안의 시대에, 때론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 믿음이 삶을 견디고 이겨내게 한다. 별처럼 빛나는 그 믿음을 마음에 품고,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봐야 할 때가 있다. 그렇기에 이 꿈꾸는 뱀의 대사가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성공할 거예요."라는 게 개리의 첫 번째 명대사라면, 두 번째 대사 역시 참 아름답다. "안아도 될까요?"이다. 변온동물인 뱀이 온갖 추위 속에서도 힘을 내고 꿈을 이루려면, 온기를 가진 누군가를 안아야 한다. 이 은유는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가 인생을 걸고 어떤 진실,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 곁에서 내 손을 꼭 잡아준 누군가의 손끝에 닿은 온기야말로, 우리에게 나아갈 힘을 준다. 개리는 주인공 쥬디를 안고 힘을 내서, 결국 그녀도, 세상도, 삶도 구해낸다.

개리를 연기한 성우 키 호이 콴은 "개리는 편견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친절과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개리의 여정은 자기를 찾고, 세상과 맞서고, 꿈을 이루고, 가족의 진실을 되찾는 시간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 세상의 편견과 맞서면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세상에서 찾고, 오랜 꿈을 이루는 여정을 간다. 그 와중에 우리가 친절과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안아도 될까요?"라는 부드러운 물음에, 누군가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우리의 길을 가게 된다.

600만 관객이 극장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 불안의 시대 어쩌면 개리의 그 속삭이는 듯한 확신, "우리는 성공할 거예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추운 겨울 같은 이 시대를 견디고 건너기 위해,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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