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女연구원에 "신고 후회, 살려주세요" 문자보냈다

핵심요약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자신이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A씨에게 "후회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정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A씨가 '안희정'을 언급하며 먼저 접근했고, 자신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하기 불과 이틀 전의 일입니다.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캡처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전 서울아산병원노년내과 교수)가 자신이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위촉연구원 A씨에게 연락해 "살려달라", "10월 20일 일은 정말 후회하고 있다" 등의 문자를 보내며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정 대표가 언론을 통해 A씨가 제기한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을 전면 부인하기 불과 이틀 전이다.

26일 A씨를 대리하는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혜석)는 "정희원씨가 과거 A씨에게 보냈던 성적 요구를 담은 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될 가능성을 인지한 19일 저녁, A씨와 A씨의 부친에게 직접 연락했다"면서 관련 정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A씨 측이 공개한 당시 상황을 보면, 정 대표는 19일 오후 6시쯤 A씨의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약 10여분간 A씨를 비난한 뒤 전화를 끊었다. 50분 뒤,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정 대표는 답장이 없자 6시 56분부터 7시 26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살려달라", "저도, 저속노화도, 선생님도 다시 일으켜 세우면 안되겠느냐", "10월 20일 일은 정말 후회하고 있다. 죄송하다"는 문자를 연이어 전송했다. 이에도 답장이 없자 정 대표는 A씨에게 직접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는 않았다.

'12월 19일 정희원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라며 A씨 측이 공개한 캡처. 박 변호사 제공

박 변호사는 "정 대표는 언론을 상대로는 피해자를 범죄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뒤로는 협박과 회유를 병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대표 주장대로 A씨가 스토킹과 공갈미수의 가해자라면, 그러한 상대에게 이렇게 말할 이유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렇게 연락을 시도한 지 이틀 뒤, 정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자 내용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해당 인터뷰에서 "A씨의 접근은 전공의 파업으로 극도의 수면 부족과 피로 상태에 놓여 항우울제로 버티며 취약해졌던 지난해 12월 극단화됐다"면서 "올해 들어 A씨가 반말과 폭언을 사용하며 내 모든 활동 방향을 본인이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던 A씨가 '스트레스 받다가 안희정처럼 몰락하면 안된다'면서 먼저 접근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을 장악하려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정 대표가 자신을 '가스라이팅 피해자'로 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의도가 궁금하다"면서도 "A씨의 스토킹이나 이혼 종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오히려 성적·인격적 착취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충격적 사실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또 A씨가 과거 개인사에서 비롯된 취약성이 있었는데, 정 대표가 이를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정희원씨는 고용 기간 동안 성적 영역뿐 아니라 업무 관계 전반에 걸쳐 자신을 피학적 위치에 두는 성향과 함께 피용자가 지배적·가학적 여성상을 연기해주길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A씨는 때로 강한 여성, 관대한 엄마, 가학적인 마녀의 역할을 오가야 해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지칠 때마다 이 역할의 어려움을 내비쳤으나 정희원씨는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변호사는 정 대표가 과거에도 자살 가능성을 언급하며 A씨의 의사결정 능력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회유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라면서 "A씨가 왜 오랜 기간 이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한 노컷뉴스 추가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언론에 얘기가 나오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했던 문자메시지일 수는 있겠으나 스토킹 고소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전체 메시지 등 증거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에 제출해 판단을 받을 것이다. 상대 측 역시 단편적인 메시지 공개를 그만두고 수사기관을 통해 판단받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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