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라고 부르기 어렵다. 피해 발생부터 성착취물의 제작과 유통, 확산, 삭제 대응까지 모든 단계가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진다. 가해자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익명으로 콘텐츠를 퍼뜨린다.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 정보는 순식간에 다국적 서버를 넘나들며 지우기 어려운 형태로 박제된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운영사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은 각국의 법과 제도적 한계 속에서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플랫폼 ‘Safer Online, Stronger Together’를 17일 열었다.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피해 경험자와 시민이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이 페이지에서는 디지털 성폭력 대응 활동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술 매개 젠더 기반 폭력을 막기 위해 싸우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활동가들의 시선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를 읽어내고 국경을 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내기 위해서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취합한 아시아권 활동가들의 서면 인터뷰를 기사로 모았다. 디지털 성폭력과 맞서 싸우며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플랫폼 ‘Safer Online, Stronger Together’를 17일 열었다.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피해 경험자와 시민이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이 페이지에서는 디지털 성폭력 대응 활동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술 매개 젠더 기반 폭력을 막기 위해 싸우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활동가들의 시선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를 읽어내고 국경을 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내기 위해서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취합한 아시아권 활동가들의 서면 인터뷰를 기사로 모았다. 디지털 성폭력과 맞서 싸우며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시리즈 순서>
(1)사라지지 않는 이미지들
(2)온라인 젠더폭력이 여성을 침묵시킬 때
(3)사건 그 뒤, 무엇을 해야 하나
n번방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대만에서는 ‘샤오위 딥페이크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샤오위라는 닉네임을 쓰는 대만인 인기 유튜버 주위천이 텔레그램 단체방으로 고객을 유도해 유명인들의 사진을 성적 이미지에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영상을 판매한 사건이다. 1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 중에는 집권당 여성 국회의원, 유명 배우도 있었다.
충격적인 대규모 디지털 성폭력 사건이 발견된 뒤, 정부와 사회와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샤오위 사건은 대만 사회에 큰 공분을 일으켰다.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좌시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폭력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흔히 ‘리벤지 포르노’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적 이미지를 유포하는 범죄인 비동의 이미지 기반 디지털 성폭력, 그리고 기술 매개 젠더기반 폭력은 그 이전부터 사회문제로 지목받고 있었다.
2022년 4월 대만 여성구호기금회와 사법개혁재단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입법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성구호기금회 제공 |
대만 시민단체 여성구호기금회의 쩡쥔웨이 사회복지감독관은 “한국의 n번방 사건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며 피해자들이 겪는 폭력 양상이 더 복잡해졌음을 확인했었는데, 샤오위 사건으로 대만 대중도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을 정부에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구호기금회는 가정폭력·성폭력·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해온 단체로 2011년부터 디지털 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여왔다.
대만에서는 샤오위 사건이 공론화되며 정부 대응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대만 행정원 성별평등처는 2021년 ‘디지털·온라인 성별폭력의 정의·유형 및 함의’라는 문서를 발표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별기반 폭력’을 ‘디지털 성별폭력’으로 정의했다. 사이버 스토킹, 온라인 성희롱 성적 갈취, 성별 혐오발언 등 10가지 유형이 디지털 성별폭력에 해당한다. 2024년 전국조사에서는 18~74세의 대만 국민 중 59.4%는 한 번 이상 디지털 성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쩡쥔웨이 감독관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과 대응 효과를 높이려면 법률과 행정적 조치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은 2023년 성폭력 처벌법 등을 개정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피해자의 성적 이미지와 관련된 웹페이지에 대해 통지를 받은 경우 우선 접근을 제한하거나 삭제해야 하고, 범죄 관련 자료는 수사기관에 보존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벌이 부과되고 심한 경우 서비스 차단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지원단체인 여성구호기금회가 개정안의 미흡한 점을 적극 지적해 반영시키는 등 실질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쩡쥔웨이 감독관의 설명이다. 그는 “여성구호기금회가 개정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 지원 경험에서 축적된 실무 지식 덕분”이라며 “피해자의 고통과 기대를 깊이 이해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정책·법률 결정자에게 전달해 실효적 개선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의 신체 경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그림책 <레드 라인의 기적> 출간 행사가 지난해 6월 열리고 있다. 이 책은 대만 여성구호기금회가 출간했다. |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삭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쩡쥔웨이 감독관은 “성적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열람·다운로드·저장·재유포되면 피해자는 디지털 성별 폭력의 악순환에 빠지며, 유포 가능성, 지인의 발견 여부, 낯선 사람의 괴롭힘과 협박 등으로 극심한 공포와 절망감을 경험한다”며 “이에 피해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터넷상에서 유포된 성적 이미지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보건복지부는 2023년 성착취물 처리 지원센터를 설립해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쩡쥔웨이 감독관은 “여성구호기금회는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정서 지원과 성적 이미지 삭제,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한다”며 “사례 경험을 통해 많은 피해자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과 대응 방식을 이해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2023년부터는 피해자 온라인 모임을 개설해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쩡쥔웨이 감독관은 ‘피해자가 용기 있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은 디지털 성폭력의 위험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으나 올바른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고, 피해자가 ‘완벽한 피해자’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낙인이 찍히거나 비난받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디지털 성범죄 뒤의 권력 억압과 성별 불평등을 조명하고, 법률·정책·사회문화적 변화를 촉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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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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