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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달러 내고 정화조 청소”… 美 J-1 비자는 현대판 노예?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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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류·업무 교육 목적으로 만든 J-1 비자
NYT “스폰서 업체, 고용주와 담합해 노동자 보호 않고 돈만 챙겨”
지난 9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지난 9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미국에서 일과 언어를 배우는 기회로 활용되는 비이민 교환 방문(J-1) 비자 제도가 일부 악덕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미 국무부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J-1 비자를 이용해 일부 업체가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J-1 비자는 미국 문화를 세계 각지에 전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여러 스폰서 업체는 외국 학생과 연수생들을 모집해 수수료를 받고 미국 내 업체들과 연결·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J-1 비자 입국자는 한 해 3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J-1 비자를 미끼로 대상자를 모집해 수수료를 챙기고 사실상 학대적인 노동 환경에 내몰고 있다고 한다. J-1 비자로 미 인디애나주의 한 제철 공장에 취업했던 한국인 대학생 강씨는 NYT에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J-1 비자 홍보 자료를 보고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는 교육조차 거의 받지 못한 채 정화조 청소를 강요받았고, 이에 불만을 제기하자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체 측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스폰서 업체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J-1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사실상 ‘현대판 노예’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가 여럿 나타났다. 한 독일인 학생은 오클라호마주의 한 농장으로 보내져 일하던 중 트럭 타이어가 폭발하면서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증 장애를 입었다. 알래스카주의 해산물 가공 공장에서 하루 19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거나, 네브래스카주의 양돈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한 사례도 소개됐다. 이들은 다쳐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부당한 처우를 항의하면 추방 위협을 받았다고 호소하며 “노예 같았다”고 말했다.

1990년 설립된 전 세계 국제학생교류재단(WISE)은 2023년까지 연간 약 3300명의 J-1 비자 노동자를 모집해 수수료 수입 490만달러를 올렸다. 설립자 데이비드 달은 연봉 52만달러를 받으며 가족 중심의 이사진을 꾸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스폰서인 미국 외국학습 연구소(AIFS)는 별도 보험 회사를 만들어 J-1 입국자들에게 모집 수수료 외에 월 최대 100달러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NYT에 따르면 J-1 비자 관련 수수료를 금지하려던 2013년 미 의회 법안은 스폰서 업체들의 로비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스폰서 단체들은 젊은이들을 안내하고 보호하며, 평판 좋은 고용주에게 취직시켜 주고 미국에 머무는 동안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스폰서는 비자 신청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주와 담합해 안전하지 않거나 학대적인 근무 환경을 간과했다”고 했다. 과거 미 국무부는 일부 스폰서 업체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존재하며, 프로그램 일부가 통제 밖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형식적 감독에 그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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