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의 돈은 꼬리표가 달린 돈입니다. 투자를 받는 순간, 기업은 빠른 성장을 통해 투자자를 높은 멀티플로로 엑싯시켜야 할 의무를 함께 떠안게 되죠."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는 누적으로 23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고, 회사를 두나무에 인수시키는 경험을 했는데도 “다시 창업한다면 투자 없이 자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투자를 통해 성장한 창업자이기에, 그 선택이 가진 구조적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9년 동안 11,000곳이 넘는 법인의 운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운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법인 운영의 수준이 곧 자본시장 접근성을 결정하고,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는 누적으로 23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고, 회사를 두나무에 인수시키는 경험을 했는데도 “다시 창업한다면 투자 없이 자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투자를 통해 성장한 창업자이기에, 그 선택이 가진 구조적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9년 동안 11,000곳이 넘는 법인의 운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운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법인 운영의 수준이 곧 자본시장 접근성을 결정하고,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평생 개발자로 살아온 서광열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 자본 조달 과정 전반이 “지나치게 노후화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법인 설립, 등기와 결의, 주식보상, 투자유치처럼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이 엑셀과 문서, 메신저, 이메일에 흩어진 채 관리되는 현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기술적으로는 훨씬 더 투명하고 자동화된 방식이 가능함에도,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은 영역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창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지금 정확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떠올리는 대신,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정의가 흐릿한 상태에서 속도와 완성도를 앞세운 실행은, 결국 방향을 잃기 쉽다고 그는 말한다.
"운영은 나중 문제 아니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비싼 대가"
코드박스는 창업 초기부터 법인 운영, 주주 관리, 투자 인프라라는 무거운 영역을 선택했다. 빠른 소비자 서비스가 아닌 이 시장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이 영역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과 달리 모든 법인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잘 챙겨야 하는 핵심 영역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지배구조, 주주 관리, 투자 이력, 의사결정의 정합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스타트업들이 법인 운영을 ‘나중 문제’로 미루다가 가장 크게 비용을 치르는 순간은 대체로 기업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평가되는 시점이다.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 상장처럼 외부 이해관계자가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는 국면에서 그동안 쌓여 있던 운영의 허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던 구조와 기록들이, 막상 중요한 거래 앞에서는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조건을 악화시키는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서광열 대표는 이전 창업에서 CTO로 참여했을 당시, 투자계약 조항이 갖는 무게를 몸소 경험했다.
"공동창업자들이 이해관계자로 묶이면서 사실상 퇴사가 제한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 조항이 현실적인 족쇄로 작용했고, 결국 보유 주식을 모두 반환한 뒤에야 회사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법인과 주식은 나중에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식 보상 역시 마찬가지다. 스톡옵션은 부여 시점에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행사 시점이 되면 그동안 쌓여 있던 문제가 한꺼번에 현실로 드러난다. 과거 결의가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그제서야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이때의 비용은 단순한 행정 비용을 넘어, 신뢰 훼손과 관계의 균열로 이어진다.
“ZUZU가 법인 운영 전반을 하나의 인프라로 묶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협상력과 선택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됩니다.”
벤처캐피탈 투자의 멱법칙… "모든 사업이 J커브 그릴 수 없다"
서광열 대표는 여러 기고문과 인터뷰를 통해 투자 유치의 구조적 속성을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창업자들이 투자자의 기대 수익과 펀드 구조를 오해할 때 가장 자주 나타나는 문제는, 자신의 사업이 어떤 성장 곡선을 전제로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벤처캐피탈의 수익 구조는 기본적으로 멱법칙을 따릅니다. 하나의 펀드에서 투자한 다수의 회사는 실패하거나 제한적인 성과에 그치고, 극소수의 회사가 100배 이상, 때로는 그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야 전체 펀드가 성립합니다.”
이 구조에서 벤처캐피탈이 기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좋은 회사’가 아니다. 펀드 전체의 수익을 책임질 수 있는 소수의 초대형 아웃라이어다. 그 결과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의도했든 아니든, J커브를 그리는 고속 성장 경로에 올라타게 된다. 단기간에 시장을 장악하고, 비선형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 사실상 전제 조건이 된다.
문제는 모든 사업이 이런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서 대표는 벤처 투자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시장과 기술의 특성상 멱법칙적 성장이 어려운 사업에게는, 투자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유치는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성장 함수에 스스로를 묶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크기, 고객의 구매 주기, 기술의 확장성 자체가 고속 성장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벤처캐피탈의 자본을 받으면, 사업의 본질과 무관하게 속도를 높이는 의사결정이 반복됩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으로의 무리한 확장, 조직과 비용 구조의 과도한 선행 확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맞지 않는 성장 지표를 쫓는 선택이 대표적입니다."
11,000곳 고객사가 증명한 것…"운영 수준이 자본시장 접근성 결정"
ZUZU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11,000곳이 넘는다. 이들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비상장 일반 법인 등 사실상 모든 유형의 법인이다. 서광열 대표가 현장에서 체감한 문제는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라 운영 인식의 격차였다.
"초기 ZUZU 고객에 스타트업이 많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스타트업의 운영 인식이 일반 기업보다 높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투자, 주주, 성장 단계를 전제로 출발하기 때문에, 법인 운영을 나중에 정리할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관리해야 할 시스템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반면 일반 기업은 자본시장과의 접점이 생기기 전까지 법인 운영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투자나 인수합병, 지분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다 보니, 굳이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주주 관리나 지배구조를 정교하게 관리할 유인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은행 대출이나 VC 투자, PE의 인수 등 자본시장과 맞닿는 순간, 그동안 방치돼 있던 운영의 공백은 곧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서광열 대표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가장 구조적인 착각은 운영은 단순한 행정이고, 성장이 먼저라는 인식이다.
"실제로는 운영의 수준이 곧 자본시장 접근성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ZUZU는 운영의 편의성만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운영 기준에 자연스럽게 도달하도록 돕는 인프라를 지향합니다."
"투자는 조건부 자본…다시 창업한다면, 투자 없이 자생할 회사 만들 것"
서광열 대표는 벤처캐피탈 투자를 조건부 자본이라고 본다. "벤처캐피탈의 돈은 단순한 현금이 아니라 꼬리표가 달린 돈입니다. 단 한 번이라도 투자를 받는 순간, 기업은 빠른 성장을 통해 투자자를 높은 멀티플로 엑싯시켜야 할 의무를 함께 떠안게 됩니다."
이 꼬리표의 실체는 생각보다 무겁다.
"자본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르고, 그 의무는 주주간 계약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투자자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자의 재산권 행사 자체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투자 유치는 단순히 돈을 받는 행위가 아니라, 회사의 통제 구조를 함께 나누는 결정이죠."
그래서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코드박스가 누적으로 23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고, 두나무에 인수까지 된 회사임에도, 만약 다시 창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투자 없이 자생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성장시킬 수 있는 회사를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죠."
투자를 받을지 말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하나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성장의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 속도가 내 사업의 시장, 기술, 조직의 준비도와 맞아 떨어진다면 투자는 분명히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맞지 않는다면, 투자는 오히려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ZUZU는 ‘투자 인사이트 클럽’ 같은 행사를 운영하며 기업들이 투자 유치의 구조와 속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자의 관점, 펀드 구조,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대표들이 투자를 받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의 투자가 우리에게 맞는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서광열 대표가 초기 창업자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으로 꼽은 것은 하나다. "나는 지금 정확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
"현장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부터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술을 먼저 만들고, 이어 문제를 찾아 나서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찾아 헤매는 솔루션은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시장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뒤,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팀은 초기라도 분명한 반응을 만들어냅니다. 속도나 완성도 이전에, 문제 정의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창업 9년 차인 지금도 서광열 대표는 매일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에 대한 방향 역시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가 창업자들에게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은 기술이나 속도가 아니라 문제 정의다.
"나는 정확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투자를 받든 받지 않든, 빠르게 가든 천천히 가든, 방향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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