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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애동지’ 이야기

프레시안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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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오랜만에 민속학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과거에 쓴 글 중에 우리나라에서 나이 대신 말하는 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즉 우리의 띠는 언제 시작하느냐는 말이다. 원래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는 동지에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그래서 동지 매우 큰 의미를 두었다. 요즘은 양력 1월 1일에도, 음력 설에도 새로운 띠로 바뀌는 것을 본다. 그래서 12월 생과 1월 생은 띠를 말하기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양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해가 바뀌며 그냥 말띠(내년이 병오년이라 말띠 해 이다)가 된다. 그래도 필자는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띠의 시작은 동지였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민속이나 풍습도 시절을 따라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며칠 전이 동지라 여기저기서 팥죽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점심 저녁을 얻어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팥죽을 먹었다. 인심이 좋아서 싸 주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직도 냉장고에는 팥죽이 조금 남아 있다. 아무튼 이번 동지는 애동지라고 한다.

보통은 동지라는 말로 마무리하지만 세밀하게 분석하면 동지는 세 가지가 있다. 음력으로 11월 10일 이전에 오는 동지는 '애동지'라고 한다. 24절기는 음력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24절기는 태양태음력을 합하여 정하기 때문에 동지는 보통 양력 12월 21일이나 22일에 오게 마련이다. 우리 속담에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청명이나 한식이 거의 비슷한 날에 오기 때문이다. 한식은 동지가 지난 후 105일 되는 날이다. 보통 청명과 같거나 하루 차이가 난다.(4월 5일 식목일도 비슷한 날이다) 아무튼 동지는 늘 12월 하순에 오게 되어 있다.

동지가 음력 11월 10일(초순) 이전이면 ‘애동지’라고 한다. 또 동지가 음력 11월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해서 동지를 부르는 이름도 세 가지 가 있고, 이날 행사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특히 애동지가 있는 날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다. 대신 팥떡을 만들어 먹는다. 그럼에도 이번 동지에 필자는 배가 터지도록 팥죽만 먹었다. 이것은 무슨 연고인가? 과거에는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이 병에 걸리고 악귀가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질병이 흔하던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질병이 무서운 것이었지만, 지금 세대는 과거에 비해 별로 무서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애동지에도 팥죽을 쑤어 먹는다.(사실은 애동지의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풍습도 바뀌게 마련이다. 이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기독교에서도 구약시대에는 번제사를 드렸지만, 지금은 예배로 대신하는 것과 같다. 요즘 번제사를 지내면 동물학대, 소방법 위반 등으로 난리가 날 것이다.)

보통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팥죽의 붉은 색이 양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악귀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신라시대에 처용이 나타나자 역신이 도망간 이야기가 있다. 그 후 처용의 화상(畫像)을 그려 붙이면 역신이 도망갔고, 닭이 울면 역신이 달아나고, 다시 닭 유(酉) 자를 붉은 글씨로 써 넣으면 잡귀가 물러났다고 한다. 그래서 부적이 생겼고, 마찬가지로 붉은 색 양기로 역신을 물리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옛날 이집트에서 모세의 무리들도 붉은 색 양의 피로 죽음의 신을 피해간 적이 있다. 붉은 색의 의미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고 팥떡을 먹었다. 이제는 병원과 약국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질병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애동지에도 팥죽을 먹는다. 애동지는 지역에 따라 애기동지, 소동지, 아그동지라고도 한다.

섣달 그믐을 ‘작은 설’이라고 해서 아세(亞歲)라고 하는데, 불가에서는 동지를 아세(亞歲)라고도 한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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