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치에 불만... 주지사 출마 美 공화당 의원 수 50년 만 최대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주지사 출마
은퇴 선언 공화 하원의원도 30명
상시 교착 상태에 의회 상황 '답답'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된 트리 앞에서 23일 한 남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현직 하원의원들이 주지사 출마를 위해 워싱턴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극심한 당파주의와 기능 마비가 일상인 워싱턴에 불만을 느낀 의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25일(현지시간) 내년 11월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하원의원 11명 중 10명이 공화당 의원이라며, 이는 CNN이 집계한 1974년 이래 양당 통틀어 최고 기록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애리조나에서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약간 우위를 차지한 다수당 일원으로 활동하기 보다 주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30명이나 된다. 2018년 기록(37명)보다 적지만, 50년 평균치(약 23명)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공화) 하원의장은 하원의원들의 '은퇴 러시' 이유를 묻는 CNN에 "지금은 쉬운 시기가 아니다. 나라가 직면한 과제가 많고,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의석을 나눠가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공화) 미국 하원의장이 17일 워싱턴 하원을 떠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중앙 정치를 벗어나는 움직임의 근원에는 '답답함'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 하원은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5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두 당의 협력이 없어 사실상 상시 교착 상태다. 마이클 매콜(텍사스·공화) 하원의원은 이에 대해 "당파주의와 원한, 상대 진영에 대한 비난, 초당적 협력 의지 부족, 유해한 환경이 만연해 있다"며 "많은 경우 법으로 제정되지도 않을 표결에 묶여 의회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의원들의 경우 주 정부 단위에서 훨씬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435표 중 한 표로 기능하기 보다는 직접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경쟁은 치열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애리조나주에서는 공화당 소속 현직 의원 두 명이 주지사 자리를 놓고 맞붙고 있다. 상원에서도 의원 3명이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내년 중간선거에 대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하원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무능하며, 일반 의원들과 여성 의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화당이 워싱턴의 통제권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