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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시대’ 끝난 AI…2026년, 자율형 기업이 온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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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1조 달러 시대 개막… 2026년 AI 산업의 구조 전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2026년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2023~2024년이 생성형 AI의 기술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의 시기’였다면, 2025년은 실제 매출과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수익 모델을 검증한 ‘확신의 해’로 평가된다. 그리고 다가오는 2026년은 AI가 기업 운영의 핵심 의사결정 주체로 편입되며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실행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계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6년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49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시장 확대를 넘어, AI 활용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AI 인프라 지출의 중심축이 대규모 모델 학습(Training)에서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모델 실행(Inference)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동안 AI 투자는 초거대 언어모델을 만들기 위한 훈련 인프라에 집중돼 왔다. 수만 개의 GPU를 단기간에 투입해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은 막대한 초기 비용과 전력 소비를 동반했다. 그러나 2026년을 전후로 기업들의 투자 우선순위는 ‘모델을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에서 ‘이미 확보한 모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A은행 AI담당 부서 관계자는 수많은 AI 기업들이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만을 내세우는 현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여행사 AI라면 숙박을 예약하고 기차표를 끊어줘야 하고, 금융 AI라면 최종적으로 결제를 수행해야 한다"며 "단순히 말을 받아주는 기술은 이미 널려있다. 우리(은행)인프라에 들어와서 구체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금융권 화두인 '에이전트(Agent) AI'와 맥을 같이 한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해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제 트랜잭션(거래)까지 완료하는 AI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 중반 이후 AI 최적화 인프라 지출의 55% 이상이 추론 영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론은 훈련과 달리 연중무휴로 지속되며, 글로벌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따라 저지연 네트워크, 안정적인 전력 공급, 지역별 데이터센터 분산 배치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대규모 자본력과 자체 기술 스택을 보유한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체 추론 전용 칩과 맞춤형 실리콘을 확보한 아마존 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이른바 ‘빅3’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들은 범용 GPU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 효율적인 추론 환경을 대규모로 제공함으로써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6년 기업용 AI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에이전트형 AI(Agentic AI)’의 본격적인 확산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인간의 질문에 반응하는 도구였다면, 에이전트형 AI는 목표를 부여받고 스스로 판단·계획·실행까지 수행하는 자율적 시스템에 가깝다.

제네시스코리아 이성훈 상무는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 AICC는 생성형 AI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레벨 3'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하며 '에이전틱 AI(레벨 4)'를 제시했다. 에이전틱 AI는 규칙(Rule)아닌 목적(Goal)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고객과의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적응형 추론을 통해 실행 가능한 답을 내놓는다. 금융 부문에서는 신뢰 확보가 중요한 만큼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방지하는 가드레일 내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에이전트 간(Agent-to-Agent, A2A)’ 구조가 기업 업무에 적용되면서, AI는 단일 기능이 아닌 조직 단위의 운영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재무, 영업, 물류, 개발, 고객 지원 등 각 영역에서 특화된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형태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약 78%가 2026년 말까지 에이전트형 AI를 주요 업무에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초 20% 미만이었던 도입률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기업 조직 구조와 인력 운용 방식 자체를 재정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은 에이전트형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관련 플랫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은 ‘에이전트코어’와 ‘베드록’ 플랫폼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자와 기업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365와 연계한 에이전트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이메일, 문서 작성, 회의, 일정 관리 등 기존 업무 흐름에 AI 에이전트를 자연스럽게 결합해, 사용자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 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애저(Azure) 클라우드 매출이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비기술직 직원도 비교적 쉽게 자율형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버텍스 AI 에이전트 빌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개발자 중심이 아닌 현업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시장에서는 구글이 에이전트형 AI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의 영향력은 IT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5년을 거치며 금융, 유통, 제약, 제조 등 실물 경제 전반에서 AI가 비용 구조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과 속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 기반 리스크 관리와 사기 탐지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JP모건은 연간 약 2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통해 내부 업무 효율화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기 SAS코리아 상무는 "(국내의 경우도)무과실 배상 책임과 디지털 자산 도입은 금융사에 큰 부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기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만들 기회"라며 "단편적 데이터·조직을 지능적으로 통합한 차세대 AI 탐지 체계가 디지털 금융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산업의 고속 성장에는 분명한 제약 요인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다. 업계에서는 2026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3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원자력 발전 계약이나 재생에너지 조달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에너지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규제 환경도 주요 변수다. 2026년 8월 전면 시행 예정인 EU 인공지능법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을 도입하며, 데이터 주권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경계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버린 클라우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 환경이 오히려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미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국내에서도 데이터 처리와 보관을 가능하게 하는 소버린 클라우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을 ‘AI 실적의 해’로 규정한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AI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험 단계에 머문 AI 프로젝트는 정리되고, 실제 성과를 내는 영역에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는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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