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
매스 게임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 문화 산업의 중심에는 차트가 있었다. 음악은 순위로 소비됐고, 게임 역시 랭킹이 곧 성공의 증명이었다. 마케팅 또한 이런 차트에 얼마나 나의 콘텐츠가 유지되거나 나타날 수 있는지에 집중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질서는 조용히 바뀌고 있다. 유튜브에서 '인기 차트'의 영향력은 줄었고, 멜론,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모두 순위보다 개인화 추천을 전면에 둔다. 이용자는 더 이상 "요즘 뭐가 1위인가"보다 "이게 나에게 맞는가"를 먼저 묻는다.
게임 '오투잼'의 아이돌 채팅. 사진=오투잼 |
매스 게임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 문화 산업의 중심에는 차트가 있었다. 음악은 순위로 소비됐고, 게임 역시 랭킹이 곧 성공의 증명이었다. 마케팅 또한 이런 차트에 얼마나 나의 콘텐츠가 유지되거나 나타날 수 있는지에 집중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질서는 조용히 바뀌고 있다. 유튜브에서 '인기 차트'의 영향력은 줄었고, 멜론,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모두 순위보다 개인화 추천을 전면에 둔다. 이용자는 더 이상 "요즘 뭐가 1위인가"보다 "이게 나에게 맞는가"를 먼저 묻는다.
이 변화의 상징이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는 히트곡을 모아두는 서비스가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정밀하게 읽어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신뢰를 쌓았다. 사용자를 군중이 아닌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 신뢰가 장기 체류와 충성도로 이어졌고, 그것이 곧 성장의 기반이 됐다.
게임 산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더 이상 모두가 동시에 같은 게임을 하는 시대는 아니다. 성공한 게임은 하나의 거대한 매스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취향의 정확한 선택들이 누적되어 커진 결과다. 로블록스는 수많은 놀이와 감각이 병렬로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용자는 '로블록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특정 경험을 선택한다. 이제 매스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다. 아주 큰 게임은 없다. 다만 아주 많은 취향 저격이 축적된 게임만이 남는다.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캐릭터들. 사진=시프트업 |
■ 취향은 '모이는 것'이 아니라, '증식'된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승리의 여신: 니케'와 '로스트 소드'를 함께 보자. 두 게임은 흔히 서브컬처 성공 사례로 묶이지만, 로블록스처럼 다양한 취향이 병렬로 공존하는 구조는 아니다. 공통점은 하나의 중심 취향을 먼저 분명히 정의했다는 데 있다.
니케는 특정 미학과 감정선을, 로스트 소드는 캐릭터성과 서사 톤을 명확히 전제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두 게임은 취향을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같은 세계관과 시스템 안에서 경험이 자연스럽게 분화되도록 설계한다. 스토리에 반응하는 유저, 캐릭터 수집에 몰입하는 유저, 전투 효율과 성장 구조를 파고드는 유저가 같은 게임 안에서 각자의 만족을 얻는다.
이것은 취향의 '집합'이 아니라 취향의 증식이다. 하나의 중심 취향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듯, 경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래서 정체성은 흐려지지 않고, 팬은 분화되면서도 이탈하지 않는다. 취향을 넓히는 대신 깊이를 유지하고, 그 깊이 안에서 선택을 제공하는 방식. 니케와 로스트 소드는 이 구조를 비교적 정교하게 구현한 사례다.
■ 대박은 없다. 팬에 대한 깊은 이해만 남는다
이 변화는 투자자와 업계 종사자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여전히 '국내 대박'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기준 자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과 개인화 추천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가가 아니라, 어느 취향의 사용자가 얼마나 깊이 머물렀는가다.
게임 ‘로스트 소드’. 사진=위메이드 커넥트 |
모두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는 더 이상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대신 특정 취향을 가진 사용자에게 정확히 맞는 경험이 요구된다. 그 만족이 반복될 때,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시대에는 대박이 없다. 대신 팬이 있다. 이 팬은 숫자가 아니라 밀도이며, 차트가 아니라 행동 데이터로 남는다.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물며,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상태, 그 자체가 성과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논리는 같다. 성공의 기준은 범용성이 아니라 정밀도다. 어느 지역, 어느 문화권, 어느 취향의 게이머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작게 선택하고, 깊게 파고드는 전략만이 추천의 흐름을 타고 확장된다. 모두를 향해 말하는 게임은 애매해진다. 반대로, 분명한 취향을 가진 게임은 비슷한 취향의 유저를 계속 만난다.
매스서브컬처의 시대는 더 이상 과장된 성공담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취향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팀과 게임만이 오래 살아남는다.
국내 게임 시장이 지금은 쉽지 않은 국면에 놓여 있지만, 그동안 축적해온 기획과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특정 취향을 밀도 있게 공략한다면, 한국 게임사에게는 중국이나 신흥 시장의 개발자들과는 다른,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오투잼' 아이돌 채팅. 사진=오투잼 |
■ 매스서브컬처의 다음 실험, 버추얼아이돌이라는 해답
이 질문은 게임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 역시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영역에서도 여전히 '매스를 타겟으로 한 차세대 대형 아이돌'을 상정하는 시도가 많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에 있다. 앞으로 등장할 버추얼 아이돌은 하나의 거대한 주류가 아니라, 국가·언어·취향별로 세분화된 팬을 전제로 설계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아이돌들이 반드시 전통적인 전문 기획사에서만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스스로가 기획하고, 설정하고, 성장시키는 아이돌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게임과 플랫폼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버추얼 아이돌은 앞서 언급한 로블룩스나 승리의 여신 니케, 로스트 소드와 같은 플랫폼이나 서브컬처 기반 게임 안에서 캐릭터, 이벤트, 공연의 형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팬은 음악만 소비하지 않고, 플레이하고, 상호 작용하며, 관계를 확장할 것이다.
이 흐름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게임이든, 버추얼 아이돌이든, 더 이상 '모두를 위한 대형 IP'를 만드는 시대는 아니다. 작은 취향을 깊이 이해하고, 그 취향이 자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매스서브컬처의 시대에 성공하는 콘텐츠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글쓴이=정순권 오투잼 대표 boogab@o2jam.com
정순권 오투잼 대표. 사진=박명기 |
정순권은?
20살 때부터 창업하여 온라인, 모바일 게임, 핀테크, 데이터, 투자, M&A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한 사업가이다.
온라인 리듬액션 게임 '오투잼'을 시작으로, '테일즈런너'의 발굴과 성공을 이끌었으며, 페이레터에서는 KSNET 인수 및 데이터API 기업인 하이픈코퍼레이션을 설립 하는 등 핀테크, 결제, 데이터 분야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 및 M&A에서도 성과를 내왔다.
현재는 리듬액션 게임 '오투잼'을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 글로벌 음원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새롭게 창업하여, 음원 유통 비지니스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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