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29일로 1년을 맞습니다. 온 사회를 뒤흔든 충격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옅어졌지만, 유가족의 슬픔과 의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를 중심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고, 경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도 병행되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그간의 항공안전 제고 노력과 한계, 유가족의 아픔, 무안공항 폐쇄에 따른 지역사회의 어려움, 진상규명 현황과 과제 등을 4편의 기사로 점검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29일 1주년을 맞는다.
사고는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면서 국내에서 벌어진 항공기 참사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사고 현장 조사 |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29일 1주년을 맞는다.
사고는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면서 국내에서 벌어진 항공기 참사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항공안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항공 전 분야의 안전 체계를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며 지난 4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공항 시설, 항공 정비·운항 및 안전 감독 체계 등 항공 분야 전반의 안전을 손보고 있다.
다만 항공업계와 학계 안팎에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한 '항공안전청' 등 항공안전 전담 조직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구조적·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항 방위각 시설 개선 |
◇ 공항 '둔덕' 없애고 조류충돌 방지…항공사 안전역량·감독 강화
26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이후 국토부는 '안전한 공항 조성'과 '항공사 안전 역량 강화'를 두 축으로 한 항공안전 혁신 대책을 추진해 왔다.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을 비롯해 조류 충돌 위험 등 공항의 위해 요소를 없애고, 항공사에 대한 안전 감독을 강화해 안전 투자와 비상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먼저 무안공항을 비롯해 전국 공항 7곳에서 확인된 방위각 시설의 개선점 9개 중 4개는 조치를 마무리했다. 둔덕을 없애고 구조물도 '부러지기 쉽게' 재설치했다. 여수공항은 오는 31일, 김해·사천공항은 내년 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H형 철골 구조물이 있는 제주공항은 항공기 운항에 미치는 기상 영향이 적은 내년 8월 착공해 2027년 3월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무안공항 개선 공사의 경우 설계는 마쳤지만,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한 현장 보존을 원하고 있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무안공항 인근을 나는 새떼 |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해서는 국토부가 5년 단위 중장기 '조류충돌 예방 기본계획'을 짜고, 공항별로는 매년 조류충돌 위험 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공항시설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공항별 충돌 예방 전담인력은 기존 2명에서 4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15곳의 모든 공항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했다.
항공사의 비행 전·후 및 중간 점검 등 정비시간을 7∼28% 늘리고, 안전투자 공시를 개선해 신규 항공기 투입 등 투자 확대를 유도하도록 하는 규정 개정도 마무리 단계다.
또 항공사의 연간 활주로 이탈, 회항, 화재 등을 토대로 평가하는 '항공안전 성과지표'를 도입해 미흡한 항공사는 신규 노선 허가를 제한하는 제도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항공 전 분야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항공안전감독관은 기존 30명에서 올해 말까지 43명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57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말 기준 국적항공사 11곳이 운용하는 항공기가 432대인 점을 고려하면 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항공기가 10대로 아직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감독관 1명당 3.3대(10대당 3명)의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고, 항공 선진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감독관 1명이 2대를 관리하는 점과는 차이가 크다.
국토부는 항공안전감독관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 |
◇ ICAO 이사국 36개국 중 32개 있는 안전 전담조직…"체계적 감독 필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항공안전 전담 기구를 신설해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담당 인력을 늘리자는 제언도 사고 이후 항공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부가 사고 이후 구성한 심의·자문 기구인 '항공안전 혁신 위원회'도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별도의 항공안전 전담 조직 설립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 항공업계에서 최고 위상을 지닌 ICAO의 36개 이사국 중 32곳은 항공안전을 다루는 별도 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교통부 산하에 연방항공청(FAA)을 둬 안전·감항 검사 등 민간항공 안전을 총괄하고 있고, 영국도 교통부 아래 민간항공청(CAA)이 있다.
다만 국토부의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는 항공안전청 등 설립은 빠졌다. 국토부가 최근 마무리한 '항공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연구용역에서도 당장 전담 조직을 분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항공안전청 설립 논의가 번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배경으로 조직 개편에 따른 부담을 꼽는다. 항공안전 전담 기구가 만들어지면 현재의 항공 정책·산업 육성 기능과 안전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인력·예산·권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대규모 조직 개편에 따른 혼선과 부처 위상 약화 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전경 |
그러나 항공 관련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은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별도 항공 안전 전담조직을 신설해 체계적인 상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 항공안전 혁신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한국은 과거 괌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ICAO로부터 독립적 항공안전청 설치를 여러 차례 권고받았으나 국토부 산하에 있던 항공안전본부조차 2009년 내부 조직인 항공정책실로 축소했다"며 "현재의 조직 형태와 적은 인원으로는 제대로 된 안전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종사 대표 단체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항공안전 관리를 지방항공청, 교통안전공단 등의 산개된 기관들이 부수적으로 맡고 있는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항공안전청을 통해 항공안전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분산된 항공안전 관리 기관을 통합해 선진국과 같이 종합적인 관리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공안전 전담 기구를 만든다면 국토부의 영향을 최소화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별도 조직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고, 구성원도 민간 또는 해외에서 영입해 국토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항공안전 관리·감독 업무에 매진하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항공 관련 인허가 기능과 항공안전 관리 기능을 분리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안전 관련 전문조직을 별도 거버넌스로 독립할지 여부를 비롯해 항공안전 역량을 높이며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및 소속·산하기관 간 역할과 책임 재편·명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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