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재집권과 함께 다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취임 2년 차에 접어드는 새해에도 더욱 거센 기세로 국제사회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군사·기술력에서 세계 최강인 물적 토대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걸었고, 이를 임기 내내 유지할 태세다.
그는 다자주의를 사실상 부정하고 동맹을 재정의했으며, 여기서 파생된 일대일 외교 담판에선 거친 승부사적 기질과 거래적 가치관을 노골화했다.
이는 각국이 마주친 최대 도전이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내년 국제정세는 2025년처럼 격랑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서문에서 "역사상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토록 극적인 전환을 이룬 정부는 없었다"고 밝힌 것처럼 새해에도 미 우선주의 기조는 상수다.
"모든 일에서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은 한 해 동안 전세계를 휘몰아친 '관세 폭풍'으로 대변된다.
합리적 근거보다는 미국의 이해를 반영한 국가별 상호 관세 및 품목별 관세 부과는 경제 논리를 넘어 타국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강제적 강압의 도구가 됐다는 것이 중평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했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이자 기업들의 경쟁지인 미국의 위치를 각국과의 외교적 줄다리기에서 무기로 활용한 셈이다.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부유하며, 자유롭고, 위대하며, 강력하게"(NSS 서문) 만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외교'는 해를 넘겨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에 최대 난관이자 승부처는 단연 중국이다.
양국이 고율의 관세 부과·유예를 거듭하고 수출통제를 비롯한 제재성 조치를 주고받으며 서로 대치해 온 배경에는 경제·외교·군사·기술 측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중국의 '굴기'가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중 최소 네 차례 만날 예정인데, 그 첫 무대가 베이징이 될 전망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8년여 만에 중국의 수도를 찾는 '빅 이벤트'이자 양국 정상이 지난 10월 말 한국 부산에서 마주 앉은 이래 첫 대좌가 된다.
두 '스트롱맨'의 힘겨루기는 향후 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 세계질서의 재편, 전세계를 휩쓴 '관세 전쟁'의 결말,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가늠케 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짙다.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거래가 성사되든, 성과 없이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서든, 그동안 다방면으로 맞서 온 양국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양국의 무역 분쟁도 현재의 '휴전'을 고착화하며, 서로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새로운 합의틀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일각에선 관세를 비롯한 무역과 핵심기술 규제 등을 놓고 '빅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서 만난 트럼프-시진핑 |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강대국의 담판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 특히 장기간 교착 상태인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어떤 전기(轉機)를 맞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로선 미중 회담만으로는 남북·북미 대화의 급진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북러 밀착'이라는 새 변수가 돌출한 가운데, 러시아의 경우 시스템보다는 정상간 신뢰와 친분에 크게 의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접근법이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스크바는 평양에 '인내하라, 시간은 당신 편'이라고 조언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트럼프와 대화하지 않는 게 더 이롭다고 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동맹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미 관계를 추동력 삼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우리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감지된다.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동'을 기억하는 이들 사이에선 모든 게 예측 불허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6일 미국을 방문하면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미국의 여러 동맹 중 한미 동맹에 괜찮은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이라며 남북·북미 대화 촉진에 "기회라면 기회"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베이징을 방문하는 계기에 다시 북미정상간 소통이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중간 분야별로 전술적 '휴전'과 부분적 협력은 가능할 수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근본적 큰 틀은 새해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NSS 등에서 아메리카 대륙 등 서반구 최우선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중국과 서로 상대의 '세력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그러나 전통적 가치나 동맹과의 관계보다 자국의 이해관계를 더 노골적으로 추구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대체하거나, 중국이 아태지역 등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지켜만 보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중심으로 미중의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는 인·태 지역은 새해에도 양국간 전략경쟁의 최전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러시아, 북한-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을 축으로 하는 북중러 3국의 공조가 갈수록 더 견실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새해는 그에 맞선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의 공조가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이 '동맹 현대화'에 합의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 쪽에 더 큰 역할을 하길 바라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을 피하길 원하는 한국이 동맹의 새 좌표를 원활히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한미 정상 합의 사항인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한국의 민간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둘러싼 실질적인 진전이 새해에 이뤄질지가 중요해졌다.
유럽의 '화약고'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협상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내년 2월이면 개전 만 4년을 맞이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장기전에 지친 상황이라 미국 주도의 타협안이 수용될 여지는 있지만 최대 난제인 영토 문제에서 '현 점령지 플러스 알파'를 원하는 러시아의 입장이 여전히 공고하기에 협상의 조기 성공을 속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안보 비용 분담' 원칙이 이번 전쟁에 철저히 투영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도 우크라이나전쟁을 어떻게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대러시아 '완충지대'가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에 나토가 얼마나 견고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을지, 거기에 미국은 얼마나 현실적인 기여를 할 것인지가 나토의 미래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에 공을 들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불씨도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그가 설계한 3단계의 중동 평화 구상은 이제 막 1단계(휴전 및 인질 석방)를 지났음에도 고비마다 삐걱대는 모습이다.
새해에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 즉 서반구 장악력 강화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해상 타격과 봉쇄에 이어 육상 군사작전 채비에 나서면서 연말 카리브해에 전운이 짙게 드리워진 상태다.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정권 종식이 최종 목표로 설정된 듯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손보기'에 나선 진짜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원유와, 자원이 풍부한 중남미의 반미(反美) 세력 축출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결국 2026년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공격을 결정할지 여부, 베네수엘라의 '돈줄'인 원유 수출에 대해 얼마나 강도높은 차단을 할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군과 해안경비대에 나포된 파나마 국적 유조선 센츄리스 |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에도 국제규범을 외면한 채 철저히 이해관계에 기반한 돌출적·일방적 외교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같은 노선이 오히려 미국의 고립과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없지 않다.
미국진보센터의 데미안 머피·라이언 머홀랜드 박사는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미국의) 다자적 협력 틀 파괴가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지도, 국제적으로 더 자유롭게 만들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인을 더 안전하고 번영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행보에 영향을 줄 양대 미국내 변수로는 현재 연방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호관세 관련 소송과 11월 3일 미 중간선거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세수 확대 수단과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상호관세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 '위법' 판정을 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는 일정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에서 패소하더라도 다른 관세 징수 수단이 여럿 있다는 입장이지만 집권 2기 출범이후 관세를 철저히 자기 재량 사항으로 삼은 채 '외교 무기'로 써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상당한 견제를 받을 전망이다.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한국, 일본 등과 맺은 천문학적 액수의 대미 투자 합의도 만약 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날 경우 그 근거가 흔들리게 되면서 한일 등 당사국 국내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현재 집권 공화당이 모두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자리를 점하고 있는 미국 연방 상·하원의 판도가 중간선거에서 바뀔지 여부도 '트럼프식 일방주의'가 집권 후반기까지 동력을 유지할지 여부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지난 11월초 버지니아와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 등에서 공화당 후보가 참패하고, 경제 운용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면서 백악관과 공화당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 단속 등 보수층을 결집시킬 정책 추진을 강화하는 한편, 관세 수입을 활용한 대국민 배당금 지급 등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과 홍보하며 경합주 공략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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