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쿠팡 본사. 연합뉴스 |
김원철 |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을 북서에서 남동으로 가로지르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미국을 상징하는 두 기관을 잇습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입니다. 쿠팡의 워싱턴 사무소는 그 중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대규모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사무소의 위치와 규모, 시설 등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쿠팡이, 왜 워싱턴 한복판에, 이런 규모로 대관 사무소를 내는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답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 여론전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연방 의원이 매체 기고문을 통해 위기에 처한 집단을 옹호하면서 ‘억압’하는 쪽을 비난합니다. 싱크탱크는 이 집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냅니다. 전통 매체가 아닌 신흥 인터넷 매체들은 이런 논리를 기사 형태로 전파합니다. 개별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국익’ 또는 ‘미국의 가치’가 공격당하는 문제로 프레이밍합니다.
지난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궁지에 몰리던 보수 기독교 또는 통일교로 추정되는 이들의 여론전이 딱 이런 형태를 띠었습니다. 쿠팡 사태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 법사위 소속 대럴 아이사 공화당 의원은 23일 우파 매체 ‘데일리 콜러’에 ‘미국 기업은 강력한 미국의 대응을 요구한다’라는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공격한다면서 쿠팡을 예로 들었습니다. 트럼프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스티브 코르테스도 “한국의 배신”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고, 강경 보수 성향 방송인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역시 유사한 논리를 폈습니다.
전직 고위 관료도 등장합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무장관 및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통일교 수사’ 비판 글을 올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등판했습니다. 전략 컨설팅 회사인 미국글로벌전략(AGS)을 설립해 운영 중인 그는 쿠팡이 속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를 대리하는 쪽과 가깝습니다. 쿠팡 등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국 정부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에 오랫동안 반대해왔습니다.
미국의 힘으로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미국 기업’들의 꿈은 종종 성공을 거두곤 합니다. 지난달 14일 한·미 양국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막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온플법 중 하나)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간주됐습니다. 이 법안 포기는 쿠팡 등 ‘미국 기업’들의 오랜 민원이었습니다.
워싱턴 여론전이 이번에도 쿠팡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요. 시끌시끌한 언론들과 달리 현재까지 미국과 한국 정부 간 공식 라인에서 ‘쿠팡 사태’는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은 미국도 심각하게 여기는 사안입니다. 없던 규제를 새로 도입하려던 온플법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 보입니다.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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