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과징금 상한을 매출의 최대 1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처벌 강화가 피해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 보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되고 개인 보상은 소송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이 피해 구제와 원상 회복안을 제시하면 사건을 조기 종결할 수 있는 ‘동의의결제’ 도입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이은 정보유출 사고…개보위, ‘동의의결제’ 도입 추진
25일 당국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동의의결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 위반 혐의로 조사·심의를 받는 기업이 피해 구제와 원상 회복 방안을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감독당국이 실효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더라도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체계는 과징금 중심의 사후 제재에 무게가 실려, 피해자 권리 회복과 실질적 보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되는 반면, 피해 국민은 별도 소송 없이는 배상받기 어려운 구조여서 기업의 불복 소송이 장기화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합동브리핑실에서 2026 개인정보위 업무보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연이은 정보유출 사고…개보위, ‘동의의결제’ 도입 추진
25일 당국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동의의결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 위반 혐의로 조사·심의를 받는 기업이 피해 구제와 원상 회복 방안을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감독당국이 실효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더라도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체계는 과징금 중심의 사후 제재에 무게가 실려, 피해자 권리 회복과 실질적 보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되는 반면, 피해 국민은 별도 소송 없이는 배상받기 어려운 구조여서 기업의 불복 소송이 장기화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동의의결제는 이런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거론된다. 개인정보 유출은 대규모 피해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반면 개인별 손해는 소액이고 입증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은 조기 종결을 조건으로 피해자 보상과 보안 강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패키지로 약속하고, 당국은 이를 심사해 집행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합의 배상’으로 피해자에 직접 돌아가게…동의의결제, 해외 사례는 ‘작동’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과징금 외에도 기업과의 합의를 통해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액이 배분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동의의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동의의결(합의)을 통해 기업 책임을 확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를 함께 담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 사례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17년 에퀴팩스(Equifax) 신용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기업과의 글로벌 합의를 통해 최대 7억달러(약 1조 146억원)부담을 이끌어낸 사례가 꼽힌다. 합의안에는 피해자 직접 배상 재원과 신용감시 서비스 제공, 장기간의 독립 보안평가 등 재발 방지 조치가 함께 포함됐다. 에퀴팩스는 미국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로, 당시 약 1억4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 정보에는 이름, 사회보장번호(SSN), 생년월일, 주소 등 신원도용에 악용될 수 있는 주요 식별정보가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동의의결제가 소비자 보호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가 있다. 애플코리아는 2021년 통신사 대상 불공정거래 논란과 관련해 1000억원 규모 상생안을 제시해 소비자 유상수리 비용 지원 등을 추진했고, 네이버도 2014년 시장지배력 남용 의혹과 관련해 소비자·중소상공인 대상 1000억원 규모 구제방안에 동의한 바 있다.
다만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동의의결제 도입 이후 신청은 28건에 그쳤고, 이 가운데 11건이 기각됐다. 무엇보다 ‘신속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종 의결까지 평균 14개월이 걸려, 일반 사건 처리 기간(평균 17개월)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미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시 단계에서는 절차적 요건 중심으로 판단하고, 최종 단계에서 종합 심리를 집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사업자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