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쿠키뉴스 언론사 이미지

건설경기 불황에…인력부터 조이는 건설사들

쿠키뉴스 이유림
원문보기
최근 2년간 10대 건설사 직원 수 변화.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2년간 10대 건설사 직원 수 변화.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 종사자 수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인력 감축과 신규 채용 축소에 나서면서 고용 한파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건설업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는 175만9000명으로 2023년 181만명보다 5만2000명(2.8%) 줄었다. 특히 임시·일용직은 88만8000명으로 5.1% 감소하며 고용 감소를 주도했다. 건설업 종사자는 2021년 165만2000명, 2022년 174만명, 2023년 181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2024년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건설업 종사자 감소세는 국내 건설 경기 불황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는 고금리, 원자재 가격 급등,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장기 불황에 빠졌다. 실제 지난해 건설업 매출액은 487조7000억원으로 전년(506조7000억원)보다 18조4000억원(3.8%) 줄어 1999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 경기 부진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72.2로 전월(66.3) 대비 5.9p(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서 1월 70.4→2월 67.4→3월 68.1→4월 74.8→5월 74.3→6월 73.5→7월 73.1→8월 68.2→9월 73.3→10월 66.3으로 대부분의 달에서 60~70대에 머물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건설 경기 둔화는 대형 건설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10대 건설사들조차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총 임직원 수(기간제 근로자 포함)는 지난해 5만3225명에서 올해 5만386명으로 2839명(약 5.3%) 감소했다.

가장 큰 폭의 인력 감소를 기록한 곳은 DL이앤씨다. DL이앤씨의 임직원 수는 2024년 5772명에서 올해 5165명으로 줄어들며 1년 새 607명 감소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6004명→5751명) △현대건설(7231명→7088명) △대우건설(5818명→5299명) △GS건설(5286명→5130명) △현대엔지니어링(7554명→7118명) △포스코이앤씨(6283명→5753명) △롯데건설(3968명→3832명) △HDC현대산업개발(1911명→1771명) 등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에서 인력 감소가 나타났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398명에서 올해 3479명으로 임직원 수가 81명 늘었다. 다만 이는 신규 채용에 따른 증가는 아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엔지니어링 소속 인력이 SK에코플랜트로 이동하면서 직원 수가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임직원 감축에 나서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기간제 직원들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신규 착공과 수주가 줄어들자 공사 물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인력부터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현장 중심으로 투입되는 기간제 인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해 불황기마다 우선적인 감축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25년 기준 10대 건설사의 기간제 직원 수는 2024년 1만8238명에서 올해 1만5884명으로 2534명(약 12.9%)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간제 직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2669명에서 올해 2215명으로 453명이 줄었다.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1464명→1177명) △현대건설(2749명→2453명) △대우건설(2179명→1816명) △DL이앤씨(2181명→1789명) △GS건설(1556명→1463명) △포스코이앤씨(2565명→2145명) △롯데건설(1184명→1117명) △HDC현대산업개발(845명→751명)등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에서 기간제 인력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기간제 인력 구조가 건설 경기 불황에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직의 경우 사업마다 현장 단위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경기 불황으로 공사가 줄어들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에 신규 채용까지 위축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건설사들의 몸집 줄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1일 ‘커리어 리빌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커리어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로 희망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대상은 45세 이상 60세 미만이면서 근속 5년 이상인 직원이다. 퇴직금과 전환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포스코그룹 차원의 쇄신 기조에 맞춰 임원 조직을 약 20% 축소했으며 기존 인프라사업본부(토목)는 ‘실’ 단위로 축소해 플랜트사업본부 산하로 편입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인프라 분야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업계 전반에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반도체 같은 호황 업종을 제외하면 건설업계는 매일이 위기지 않느냐”며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10대 건설사들의 공개 채용은 급격히 줄어들며 인력 수급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마지막 신입 채용은 지난해 하반기다. DL이앤씨 역시 2023년 신입 채용 이후 별도의 채용 공고를 내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건설사는 제한적인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9월 건축시공, 플랜트시공, 토목시공 등 현장 필수 직무를 중심으로 선별 채용을 진행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같은 달 채용을 실시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사 직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6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건설 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착공 등 선행 지표 부진이 누적되고 지역별 건설 경기 양극화, 안전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건설 투자는 약 269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건설 관계자는 “건설 경기는 사실상 암흑기”라며 “언제 좋아질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도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신규 채용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전체 직원 중 20대 비중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제 직원의 경우 계약 기간이 해당 현장 종료 시점까지로 제한된다. 과거에는 현장이 많고 규모도 컸지만, 현장 수와 규모가 줄어들면서 인력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며 “건설 경기가 당분간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력 감축의 후폭풍…지역경제·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

건설업 인력 감축은 개별 기업의 인건비 조정에 그치지 않고 연관 산업과 지역경제로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건설업은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설계·감리·자재·운송·장비·하도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돼 있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산출액 10억원당 고용 유발 인원은 10.8명으로, 제조업 평균(6.5명)을 상회한다.

기간제·일용직 중심의 인력 감축은 청년층과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건설업에서 이탈한 인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공식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실업이나 소득 감소가 누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업 고용 위축이 체감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변수로 꼽힌다. 건설 현장 인력 감소는 숙박·음식·소매·운송 등 지역 기반 서비스업 수요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신규 착공 감소와 현장 축소가 지속될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내수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넘어선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 개선, 지역 건설산업 생태계 강화 등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운영·유지관리(O&M), 친환경 사업 등으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손예진 현빈 아들
    손예진 현빈 아들
  2. 2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하나은행 사키 신한은행
  3. 3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김동완 가난 챌린지 비판
  4. 4쿠팡 정부 진실 공방
    쿠팡 정부 진실 공방
  5. 5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황하나 마약 투약 혐의

쿠키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